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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사람 덕분에 내 틱톡은 이제 온통 핑거보딩뿐 - Fb.Christopher

    추운 날씨가 곧 “다시 왔다구!”라고 말하듯 찾아올 준비를 하고 있어요 (적어도 여기 캐나다에서는요). 하지만 핑거보더들에게는 이게 또 하나의 좋은 핑계가 되죠 — 따뜻한 잠옷을 입고, 핫초코 한 잔과 함께 하루 종일 실내에서 핑거보딩을 즐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니까요! 오늘의 Grind&Slide  에피소드에서는, 집에서 핑거보딩을 최대한으로 즐기는 법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완벽한 가이드를 모셨습니다. 핑거보딩 팁부터 틱톡 콘텐츠 제작, 팟캐스트 진행까지—이 모든 걸 보여주는 사람! 바로 다양한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서 @fb.christopher 로 알려진 크리스토퍼 바르가스(Christopher Vargas)입니다. 우리는 그를 초대해 콘텐츠 제작자로서의 여정, 그가 보는 핑거보드 씬의 흐름, 그리고 그 밖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눴습니다. 다음은 크리스토퍼 바르가스와의 대화입니다. (NY)   독자분들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CV)  안녕하세요! 저는 크리스토퍼 바르가스입니다. 제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저를 아는 분들은 보통 Fb.Christopher라고 알고 계실 거예요. 아니면 데이브 잉글랜드(Dave England)가 말하듯 “페이스북 크리스토퍼”라고도 하겠죠! 아무튼 저는 캘리포니아 남부, 더 정확히 말하면 몬테벨로(Montebello), 이스트 LA, 그리고 휘티어(Whittier) 지역에서 태어나고 자랐어요. 어릴 때는 대부분의 시간을 포켓몬 카드 교환, 친구들과 스케이트보드 타기, 그리고 음악 연주로 보냈습니다. 지금은 풀타임 소셜 미디어 콘텐츠 크리에이터이자 브이로거, 그리고 팟캐스트 호스트로 활동하고 있어요. 주로 핑거보딩 관련 콘텐츠를 제작하는데, 이건 제가 정말 열정을 가지고 있는 분야예요! 현재는 휘티어에서 제 아내이자 가장 친한 친구인 졸린(Jolene), 그리고 우리 멋진 두 아이 닉슨(Nickson)과 어거스트(August)와 함께 살고 있어요! FlatFace Rendezvous / 사진: @flamingo.fb (NY)   핑거보딩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고, 틱톡에서 콘텐츠를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CV)  중학교 때 친구들과 테크덱을 교환하던 기억은 있지만, 본격적인 핑거보딩 경험은 2021년 1월이었어요. 그때는 제 아들 둘째 생일을 기념해 소규모로 모임을 가졌었는데, 제 친구 앤디가 나무 덱에 금속 트럭과 베어링 휠이 달린 핑거보드를 꺼내 보여줬어요. 그러더니 “이거 좀 봐봐” 하고 제 앞에서 소다 캔을 올리로 넘어버리더라고요. 그 순간 저는 완전히 빠져들었어요. 몇 분 안 되는 시간 동안 그의 핑거보드를 만져보다가 실수로 킥플립을 성공시켰고, 그걸로 끝이었죠. 완전히 빠져버렸어요! 사실 저는 스케이트보딩을 정말 좋아했어요. 자주 타지 않게 된 이후로도 그 열정은 사라지지 않았죠. 그런데 스케이트보드와 아주 밀접한 이 새로운 취미를 발견했다는 게 정말 놀라웠어요! 틱톡은 자연스럽게 시작됐어요. 원래도 콘텐츠 만드는 걸 워낙 좋아했고, 핑거보딩은 저에게 새롭고 신선한 창작 공간을 제공해줬거든요. 이 이야기는 여러 번 했지만, 질리지 않아요. 어느 날 방에서 제가 만든 타일이랑 부러진 나무 조각으로 만든 장애물과 함께 핑거보드를 가지고 놀고 있었어요. 솔직히 엄청 못했죠—그냥 보드를 막 튕기고 있는 수준이었어요. 그때 아내가 방을 지나가며 “그거 틱톡에 올려봐”라고 말했어요. 저는 “왜? 누가 이걸 보고 싶어 하겠어? 나 진짜 못하잖아!”라고 대답했죠. 근데 아내는 “그냥 해봐, 사람들 볼 거야!”라고 하더라고요. 며칠 후, 첫 틱톡 영상을 올렸고… 그게 제 페이지를 빠르게 성장시키는 계기가 되었어요! 그때는 팬데믹으로 인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틱톡에 몰려 있을 시기였고, 그만큼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가기 쉬웠어요. 핑거보딩이 뭔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까지요. 저처럼 이 취미에 열정을 가진 커뮤니티와 연결될 수 있어서 정말 신났고, 지금도 너무 즐겁게 하고 있어요! @ramon_angelow  (좌) 와 빅스핀 팟캐스트 / 사진: @jakepfb (NY)   틱톡 외에도 BigSpin이라는 핑거보드 팟캐스트를 진행하고 계시죠. 이렇게 다양한 플랫폼에서 콘텐츠를 만들 때 접근 방식은 어떻게 다른가요? (콘텐츠의 내용이나 길이 면에서) 각각의 플랫폼이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CV)  제 머릿속에서는 콘텐츠를 두 가지로 나눠서 생각해요—숏폼과 롱폼 콘텐츠로요. 틱톡, 인스타그램 릴스, 유튜브 쇼츠 같은 숏폼 콘텐츠는 빠르고 정보성 있는 내용에 약간의 유머를 섞어서 만드는 편이에요. 특히 핑거보딩을 처음 접하거나 이제 막 흥미를 느끼기 시작한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거죠. 짧고 임팩트 있게! 보는 사람이 미소 한 번 짓게 만들 수 있다면 성공이에요. 반면에 유튜브에서 진행하는 브이로그 시리즈 The Chris Files 나 팟캐스트 같은 롱폼 콘텐츠는 이미 제 콘텐츠나 핑거보딩 자체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거예요. 저나 제 친구들—대부분 콘텐츠 제작자이거나 핑거보드 브랜드를 운영하는 사람들이죠—그들과의 이야기를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싶은 분들을 위한 거죠. 숏폼 콘텐츠는 관심을 끌기 위한 도구라면, 롱폼 콘텐츠는 진짜 커뮤니티와 소통하고 연결되는 공간이에요. 사진: @ big_m_films (NY)   핑거보더이자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의 자신을 가장 잘 보여주는 순간이 있다면 어떤 경험이었나요? (CV)  와, 진짜 멋진 질문이에요! 핑거보딩 여정 속에서 정말 많은 놀라운 순간들을 경험할 수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건 FingerboardCon 1 에 참여했던 거예요. 2023년 10월, 블랙리버(Blackriver), 슬러쉬컬트(Slushcult), 그리고 6Skates가 함께 SoCal에서 처음으로 FingerboardCon 을 개최했는데, 그건 정말 핑거보드 커뮤니티에 있어 하나의 터닝포인트였다고 생각해요. 이전에도 블랙리버나 슬러쉬컬트와 프로젝트를 함께한 적은 있었지만, 그들이 저에게 행사 진행(MC)과 패널 토크(소셜 미디어에서 핑거보딩 콘텐츠를 만드는 법에 대한 이야기)를 맡아달라고 요청했을 땐 정말 상상도 못 했어요. 너무 비현실적이었고, 절대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에요. 솔직히 말해서 FingerboardCon, 특히 그 첫 번째는 앞으로 핑거보드 역사에 남을 이벤트가 될 거라고 느껴요. 그런 자리에 제가 함께할 수 있었다는 게 정말 감사하고 감격스러웠죠. 이 기회를 준 Blackriver, Slushcult, 그리고 6Skates에게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싶어요! 사진: @jakepfb (NY)   핑거보드 팟캐스트를 운영하거나 숏폼 콘텐츠를 만드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의외로 놀랄 만한 점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CV)  두 가지가 떠오르는데요. 첫 번째는 시간 이에요! 많은 분들이 콘텐츠 제작은 그냥 폰 꺼내서 촬영하면 끝이라고 생각하더라고요. 하지만 숏폼 콘텐츠만 봐도, 한 클립을 찍기 전에 이미 한 시간 넘게 ‘작업’을 하고 있어요. 왜냐하면 영상 콘셉트 기획과 아이디어 브레인스토밍이 괜찮은 콘텐츠의 핵심이거든요! 그다음 실제 촬영에 들어가면, 조명이나 앵글 잡는 데만 해도 한 시간이 훌쩍 가요. 제 영상 중 대부분은 빠른 컷 편집에 보이스오버가 들어간 형태인데, 그 편집만 따로 해도 15분에서 60분은 기본이에요. 그리고 캡션도 써야 하고, 해시태그 추가하고, 틱톡/인스타/유튜브 세 플랫폼에 올리는 것까지 마무리하면, 60초짜리 영상 하나에 세 시간 넘게 걸리는 셈이죠. 물론 가끔은 그냥 폰으로 찍은 자연스러운 영상이 반응이 좋을 때도 있어요.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엔 숏폼 콘텐츠도 퀄리티가 진짜 중요 합니다! 팟캐스트도 마찬가지예요. 사람들은 그냥 녹음해서 올리면 끝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아요. 에피소드 구성안도 써야 하고, 게스트 브랜드에 대한 리서치도 하고, 저랑 게스트, 그리고 프로덕션 팀(제이크와 졸린, 즉 Pod Squad)까지 모두 스케줄이 맞는 장소와 시간 잡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에요. 정말 시간이 많이 들어가는 일이죠. 그렇다고 불평하는 건 아니에요! 저는 이 일을 진심으로 좋아하고, 절대 다른 걸로 바꾸고 싶지 않아요. 그냥 사람들이 몰랐던 부분이라 놀랄 수도 있겠다 싶어요. 두 번째로 사람들이 진짜 놀랄 수 있는 건— 저는 뷰나 유명세를 보고 이걸 하는 게 아니라는 점 이에요. 저는 지금 팔로워가 생기기 훨씬 전부터 이런 영상들을 만들고 있었어요. 그리고 정말 솔직히 말해서, 만약 내일 모든 조회수와 팔로워가 사라진다 해도, 저는 여전히 콘텐츠를 만들고 있을 거예요. 그만큼 과정 자체를 즐기고 , 커뮤니티와 함께하는 걸 사랑하거든요. 저한테는 숫자가 아니라, 열정과 연결감 이 더 중요해요. 이 말은 예전부터 계속 해왔고,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없어요! 사진: @jakepfb (NY)   틱톡 영상이나 팟캐스트 에피소드를 하나 만들기까지의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CV)  대부분의 콘텐츠는 아주 기본적인 아이디어에서 시작돼요. 예를 들어 다이소 예산으로 핑거보드 장애물 만들기  영상을 만든다고 하면, 저는 먼저 다이소 매장을 천천히 돌아다니면서 평범한 물건들을 핑거보드 장애물로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상상해요. 단순히 인기 있을 것 같다는 이유로 억지로 아이디어를 짜내지는 않으려 해요. 영감이 자연스럽게 떠오를 때까지 기다리는 편이죠. 구상이 되면, 물건을 고르면서 간단히 몇 클립을 찍고 나서 제 차고에 만든 임시 스튜디오로 돌아갑니다. 이름하야 Fb.Chris HQ! (하하) 그다음엔 휴대폰을 삼각대에 고정시키고, 각도와 조명을 맞춘 다음 언박싱부터 장애물 조립까지 촬영을 시작해요. 촬영이 끝나면 클립들을 편집 앱에 불러와서 음소거하고, 몇몇 구간은 속도를 빠르게 하고, 불필요한 부분은 잘라내요. 숏폼 콘텐츠의 경우, 릴스나 유튜브 쇼츠용으로는 60초 이내로 편집하려고 해요. 근데 틱톡은 60초 미만 영상에 대해 수익을 안 주기 때문에, 틱톡용으로는 60초를 살짝 넘기는 두 번째 버전을 따로 렌더링해요. 왜냐면… 타코벨도 공짜는 아니잖아요! 보이스오버는 대부분 즉석에서 프리스타일로 녹음하지만, 제품 스펙이나 이벤트 날짜처럼 꼭 언급해야 할 정보가 있을 땐 메모를 옆에 두고 확인해요. 요즘은 사람들이 소셜미디어를 엄청 빠르게 넘기기 때문에, 제 말 속도도 일부러 빠르게 해서 집중력을 유지하려고 해요. 필요한 경우엔 클립 길이를 보이스오버에 맞춰 조정하고, 효과음도 추가해요. 편집을 다 마쳤으면 최종 영상 렌더링! 저는 인스타그램, 틱톡, 유튜브에 모두 업로드하기 때문에 모든 플랫폼에서 잘 어울리는 캡션과 해시태그를 쓰려고 노력해요. 그리고 맞아요, 몇몇 팔로워들이 싫어하긴 하지만 저는 트렌디한 음악도 적극 활용합니다—왜냐면… 좋아하든 말든, 그게 영상이 퍼지는 방식이거든요. 전지적 알고리즘 시점!   (NY)   앞으로 몇 년 동안 핑거보딩 콘텐츠의 판도는 어떻게 변화할 거라고 보시나요? 특히 새로운 플랫폼과 트렌드들을 고려했을 때요. (CV)  저는 핑거보딩 콘텐츠의 판도가 앞으로도 계속 성장하고 진화할 거라고 생각해요. 새로운 플랫폼과 트렌드가 계속 등장하고 있으니까요. 이미 틱톡, 인스타그램 릴스, 유튜브 쇼츠를 통해 숏폼 콘텐츠가 엄청난 반응을 얻고 있고, 이 트렌드는 당분간 계속될 것 같아요. 동시에, 커뮤니티가 더 커지면서 고퀄리티 롱폼 콘텐츠—브이로그, 튜토리얼, 팟캐스트 같은 것들—도 점점 더 많이 생겨날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오랫동안 꾸준히 멋진 콘텐츠를 만들어온 OG들도 여전히 많죠! 저는 계속 말해왔지만, 앞으로 더 많은 핑거보더들과 핑거보드 브랜드들이 소셜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콘텐츠를 만들어주면 정말 좋겠어요. 그리고 요즘은 젊고 새로운 핑거보드 브랜드들이 소셜 미디어 중심으로 움직이고, 브랜드를 콘텐츠화해서 성장시키려는 흐름도 보여요. 이건 아직 소셜 미디어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한 기존의 오래된 브랜드들에게는 일종의 자극이나 압박이 될 수 있다고 봐요. 우리가 좋아하든 말든, 지금은 브랜드를 키우거나 유지하려면 강력한 소셜 미디어 존재감이 필수예요. 온라인에서 활동하지 않으면, 지금처럼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쉽게 뒤처질 수 있거든요. (NY)   만약 지금 다시 처음부터 크리에이터로서의 여정을 시작할 수 있다면, 어떤 점을 다르게 하고 싶으신가요? (CV)  만약 처음부터 한 가지를 다르게 할 수 있다면,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너무 의식하지 않고 나 자신에게 더 충실했을 거예요.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한 첫 해에는 내가 올리는 영상에 대해 굉장히 불안했어요. “민망한 콘텐츠 크리에이터”처럼 보이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처음엔 ‘나는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아니라 핑거보더야’라는 인식에 더 집중했고, 솔직히 말하면 커뮤니티 안에서 동료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어요. 지금 돌아보면 그 생각은 정말 비생산적이었어요. 그때의 저는 저 자신에게 너무 엄격했고, 모든 걸 과하게 고민했죠. 지금은 훨씬 더 건강한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고, 남들이 뭐라고 생각하든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으로 콘텐츠를 만드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게 되었어요. (NY)   핑거보딩을 제외하고, 크리스토퍼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요? 어떤 일에 열정을 가지고 계신지도 궁금해요. (CV)  핑거보딩을 빼고 말하자면, 저는 무엇보다 남편이고 아빠예요.  제 가족은 제 삶의 전부예요. 아내 졸린(Jolene), 아이들 닉슨(Nickson)과 어거스트(August), 그리고 반려견 파커(Parker), 고양이 제이시(Jacie)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게 제 일상의 정말 큰 부분이에요. 그리고 저는 스케이트보딩에 대한 열정이 엄청나요—비록 요즘은 자주 타지는 않지만, 예전부터 좋아하던 OG 브랜드들이나 스케이터들을 여전히 챙겨보고 있어요. 음악 역시 저를 형성한 중요한 요소예요. 어릴 적부터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듣고 연주하면서 자랐고, 지금도 여전히 음악은 제 삶에서 큰 부분을 차지해요. 무엇보다 저는 모든 형태의 창의성 에 열정을 가지고 있어요—콘텐츠 제작은 물론이고, 가족과 함께 하는 DIY 프로젝트, 친구들과 새로운 장소를 여행하며 핑거보딩하는 것, 나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는 모든 과정이 좋아요. 계속해서 궁금해하고 배우는 삶 이야말로 인생을 흥미롭게 만들어준다고 믿어요! 사진: @big_m_films (NY)   마지막으로, 독자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자유롭게 부탁드려요! (CV)  좀 거창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요,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핑거보딩은 모두를 위한 것입니다.  당신의 실력, 정치적 성향, 성별, 종교—그 어떤 것도 중요하지 않아요. 진심으로 이 커뮤니티와 멋진 취미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그걸로 충분해요. 그리고 혹시 소셜 미디어 콘텐츠를 만들고 싶지만, 커뮤니티 안에 아직도 살짝 남아 있는 그 "쿨한 척하는 분위기" 때문에 망설이고 있다면—진심으로 말해드리고 싶어요.  자기 자신에게 솔직하게, 자신이 좋아하는 걸 해내는 것만큼 보람찬 일은 없습니다. 항상 뭔가 부정적인 말을 하는 사람은 있기 마련이에요. 아니면, 당신이 올린 “텍덱 업그레이드 방법” 영상이 어떤 사람의 멋진 코어 데스크 에디트보다 조회수가 더 나왔다고 괜히 기분 상해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죠.  근데 정말이에요—그런 반응은 그들의 부족한 인격을 보여줄 뿐, 당신의 멋짐과는 아무 관련이 없어요. 그러니까 그냥 해보세요.  당신이 만든 걸 자랑스럽게 여기세요. 그리고 인터뷰를 여기까지 읽어주셨다면—정말 감사합니다!  다음 영상에서 또 만나요! 크리스토퍼 바르가스 (Christopher Vargas) 인스타그램: @fb.christopher 틱톡: @fb.christopher

  • 아무리 깊은 바닥에 있어도 포기하지 말고, 반드시 다시 일어서라 - 유스케 칸다, UAG F.B

    여러분은 '열정'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위아워아이에서 인터뷰한 모든 사람에게는 공통점 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자신이 만드는 것에 대한 열정 입니다. 그들이 장인이든, 디자이너든, 수집가든, 혹은 콘텐츠 크리에이터든 말이죠. 열정은 누가 대신 쥐어주는 것이 아닙니다.  바닥부터 차곡차곡 쌓아올리는 것이고, 그 과정에는 수없이 많은 기복, 불확실성, 좌절 이 따릅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 사람은 배웁니다. 그리고 그 열정은, 보상을 기대하지 않고도 기꺼이 바치는 마음 에서 비롯됩니다. 왜냐하면 당신이 그것을 사랑하기 때문이죠. 오늘 저희는 일본 나고야 에서 핑거보딩에 깊은 열정을 가진 한 분을 모셨습니다. 그의 이름은 유스케 칸다(Yusuke Kanda) , 그리고 그는 @uag_f.b 의 창립자이자 운영자입니다. 지금부터는 UAG F.B. 뒤에 숨겨진 유스케상의 이야기와 그의 인사이트를 소개합니다. 유스케 칸다 (Yusuke Kanda) UAG F.B. 창립자 / 사진: UAG F.B (NY)   독자분들께 본인과 UAG에 대해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YK)  제 이름은 유스케 칸다(Yusuke Kanda)이고, 저는 UAG F.B.의 창립자입니다. UAG는 UNDER ATSUSHI GROUND 의 약자이고, F.B.는 FINGERSKATEBOARDS 를 의미합니다. 일본에서는 ‘핑거보드(fingerboard)’라는 단어가 다른 회사의 상표로 등록되어 있어서, 저는 대신 ‘핑거스케이트보드(fingerskateboards)’라는 표현을 사용하게 되었어요. UAG F.B.는 2019년에 시작했습니다. (NY)   핑거보딩을 시작하게 된 개인적인 계기와 그것이 어떻게 브랜드 창립으로 이어졌는지 궁금합니다. (YK)  UAG F.B.를 만들기 전부터 저는 금속 가공 회사 를 운영하고 있었어요. 주로 굽은 철판이나 구불거리는 금속을 펴고 절단하는 일을 전문으로 했죠. 그러던 어느 날, 제 사촌 친구가 직장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저는 그를 도와주고 싶었어요. 그는 스케이터이자 핑거보더 였는데, 그래서 제 금속 회사에 채용하게 되었습니다. 그 친구가 회사에서 일하는 동안 핑거보딩을 처음 소개받았고 , 저는 그 순간 완전히 빠져들었어요. 왜냐하면 저는 어릴 때부터 스케이트보드와 서핑 을 정말 좋아했고, 지금도 시간이 날 때마다 타고 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금속 가공 일은 그 친구에게 꽤 힘든 작업이었고, 저는 그에게 “핑거보드 관련 제품을 한번 만들어보는 게 어떨까?”라고 제안했어요. 우리가 스케이트보드를 좋아한다는 공통점 도 있었고, 그의 손기술에도 더 잘 맞을 것 같았거든요. 그 무렵부터 저도 점점 핑거보딩에 대한 열정 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저는 그 친구가 자기 재능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일을 맡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계속 힘들어했고 결국 회사를 떠나게 되었어요. 그 후로는 아내와 함께 핑거보드 사업을 이어가게 되었고, 지금은 그래픽 디자인과 제품 사진 촬영은 아내가 담당 하면서, UAG F.B.는 가족이 함께 운영하는 브랜드 가 되었어요. 사진: UAG F.B (NY)   일본 문화는 핑거보딩이나 제품 디자인에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주었나요? (YK)  저희는 일본 문화를 제품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다양한 방법을 지속적으로 탐구 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데크나 램프를 제작할 때 일본산 목재 를 사용하는 것도 그 중 하나입니다. 현재는 그래픽 디자인에 일본 미술의 요소 들을 담고 있어요. 예를 들어, 가나가와의 큰 파도 (The Great Wave of Kanagawa) 같은 전통 미술 작품에서 영감을 얻기도 하고, 일본어 알파벳(히라가나/가타카나/한자)  등을 활용해 시각적 정체성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사진: UAG F.B (NY)   전통적인 일본 장인 정신이나 미학 중 어떤 요소들이 제품이나 브랜드 정체성에 반영되어 있나요? (YK)  저는 19살부터 장인으로서의 길을 걸어왔고 , 제조업에 몸담은 지도 이제 20년 가까이  되었어요. 지금은 그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데크, 트럭, 휠을 직접 제작 하고 있습니다. 제조업은 품질 관리 와 더 나은 품질을 향한 끊임없는 추구 의 세계예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절대 현재 상태에 만족하지 않고, 항상 더 높은 퀄리티를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아마도 제 안에 있는 장인 정신은 일본의 '오모테나시'(환대의 마음)과도 닮아있는 것 같아요. 저는 사람들이 UAG를 접했을 때 자연스럽게 미소 지을 수 있기를  바라고 있어요. 왜냐하면 진심으로 이 문화를 즐기게 되기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사진: UAG F.B (NY)   일본의 핑거보딩 커뮤니티는 그동안 어떻게 변화해 왔고, 그 성장에 있어 UAG는 어떤 기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YK)  예전에는 일본의 핑거보딩 씬이 정말 작았어요. 누군가가 대회나 이벤트를 열면 10명에서 15명 정도만 참석했는데 , 그들이 사실상 일본 내 거의 전부의 핑거보더 들이었죠. 하지만 지금은 커뮤니티가 굉장히 많이 성장했고, 다양한 분야와 나이대의 사람들이 대회나 이벤트에 참여 하고 있어요. 저희가 핑거보딩 씬에 기여하고 있는 부분은, 이 문화를 더 넓은 대중에게 소개하는 일 이라고 생각해요. 꼭 핑거보딩 관련 행사가 아니더라도, 예를 들어 스케이트보드 서밋, 학교 행사, 지역 축제  같은 다양한 자리에도 참가하면서 많은 분들에게 핑거보딩을 알리고 있어요. 또한, @japangoldenfingers  같은 핑거보드 대회에 스폰서로 참여 하고 있고, 필리핀 등 해외에서 자선 이벤트를 개최 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핑거보딩의 저변을 넓히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진: UAG F.B (NY)   핑거보딩은 일본의 스케이트보드 문화 전반과 어떻게 닮아 있고, 또 어떻게 다르다고 생각하시나요? (YK)  스케이트보딩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 일본에서 정말 많은 인기를 얻게 되었어요. 그리고 그 흐름 속에서 핑거보딩도 함께 주목을 받기 시작했죠 . 다만, 여전히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데에 부상을 걱정하거나 망설이는 사람들 도 있어요. 그런 분들이 먼저 핑거보딩을 통해 기술을 상상해보고 , 그 후에 스케이트보드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경우가 많아요. 이런 의미에서 핑거보딩은 스케이트보드 문화로 들어가는 입문 통로 이자, 더 넓은 씬으로 이어지는 다리 역할 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 아직 스케이트보드를 타기 어려운 어린 친구들 이나 초보자들에게도 적합한 진입점 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핑거보딩과 스케이트보딩은 공통된 문화적 기반 을 가지고 있지만, 핑거보딩은 그 자체로 독립적인 창의성과 커뮤니티 를 가진 문화예요. 그리고 이런 요소들이 모여 일본의 전체적인 스케이트보드 문화를 더 풍부하고 다양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사진: UAG F.B (NY)   일본에서 핑거보드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겪는 독특한 어려움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었고, 그것에 어떻게 적응해 오셨는지도 궁금합니다. (YK)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일본에서는 핑거보딩을 아예 모르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다 는 점이에요. 많은 분들이 핑거보드를 열쇠고리나 단순한 장난감 정도로만 생각 하셨죠. 하지만 저희는 절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핑거보딩이 무엇인지 계속해서 설명했고, 퀄리티 높은 제품을 만들고 , 직접 행사를 열면서 이 문화를 알리는 데 힘써 왔어요. 그리고 이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핑거보딩에 대한 인식을 조금씩 바꾸기 위해, 저희는 앞으로도 꾸준히 이 길을 걸어갈 생각입니다 . Japan Golden Fingers / Photo by: UAG F.B (NY)   스케이트 서밋이나 Japan Golden Fingers 같은 행사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무엇이었고, 이러한 행사들이 커뮤니티를 어떻게 하나로 묶는다고 느끼시나요? (YK)  저희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중 하나는, 유명한 스케이트보드 브랜드의 관계자들이 핑거보딩을 직접 즐기고, 진심으로 칭찬해주셨을 때 예요. 그날의 대회는 정말 성공적이었고, 많은 사람들이 핑거보딩의 재미를 온몸으로 느끼며 즐겨주셨어요. 그리고 그 자리에서 다양한 분들과 교류할 수 있었는데요— 브랜드를 이끌어온 선구자적인 스케이터들, 대회 운영자들, 프로 스케이터들, 스케이트숍 운영자들 , 그리고 Red Bull Japan 같은 대형 기업 관계자들 까지 정말 많은 분들이 함께했어요. 그들과 스케이트보딩과 핑거보딩에 대한 생각을 나누며 서로에게 영감을 주고, 앞으로 커뮤니티를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한 아이디어도 함께 나눴습니다.  이런 행사는 단순한 대회를 넘어서, 커뮤니티를 진심으로 하나로 연결해주는 장 이라고 생각해요. Stanley Don Toledo (좌, @crunky.fb ) and Yusuke Kanda (우, @uag.yusuke ) / 사진: UAG F.B (NY)   UAG 그리고 핑거보딩이라는 것은 당신 삶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나요? (YK)   UAG는 제 인생 그 자체 입니다.  UNDER ATSUSHI GROUND 라는 이름에는 "아무리 깊은 바닥에 있어도 포기하지 말고, 반드시 다시 일어서라"는 철학이 담겨 있어요. 'Atsushi'는 고등학교 때부터 제 가장 소중한 친구 였고, 거의 가족 같은 존재 였습니다. 우리는 매일같이 함께 놀고, 바다에 나가 서핑하고, 나들이 다니고, 함께 꿈을 꾸었어요. 유튜브에 올리려고 서핑 영상을 찍기도 했지만 , 그 당시엔 유튜브가 지금처럼 활성화되지 않아서 결국 올리지는 않았죠. 안타깝게도 아츠시는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가지고 있던 모든 사람에게 긍정적이고 즐거운 삶을 전하고 싶다는 꿈 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핑거보딩과 UAG는 제 삶 그 자체 이고, 저는 그 꿈을 오늘도 계속 이어가고 있어요. 사진: UAG F.B (NY)   UAG나 핑거보딩 일을 하지 않을 때에는 어떤 것들에 열정을 가지고 계신가요? 그런 열정들이 현재의 일에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주나요? (YK)  사실 거의 항상 일하고 있긴 하지만요, 하하! 그래도 일이 아닐 때는 서핑을 즐깁니다.  그리고 이 서핑은 UAG에도 정말 많은 도움이 돼요.  파도를 타고 물소리를 들으며 바다 위에 있을 때면, 모든 걸 잊고 오직 파도를 완벽하게 타는 것 에만 집중할 수 있게 돼요. 그 감각은 정말 특별해요. 그리고 해변으로 돌아가는 순간—짧은 그 휴식 시간 동안— 새로운 아이디어가 자연스럽게 떠오르기도 해요.  그게 새로운 제품 디자인일 수도 있고, 브랜드를 위한 새로운 방향일 수도 있죠. (NY)   마지막으로, 독자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YK) 항상 당신의 꿈을 따르세요!  계획만 세우지 말고, 행동으로 옮기세요!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그리고 핑거보딩을 널리 퍼뜨리고, 마음껏 즐기세요! 유스케 칸다 (Yusuke Kanda) 인스타그램: @uag_f.b 인터뷰 진행 과정에서 통역을 도와주신 Stanley( @crunky.fb )  님께 특별한 감사를 전합니다!

  • 핑거보딩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종교 – 슬러시컬트

    드디어 여름이 시작되었습니다. 햇빛이 강하고, 덥고, 습하지만 (약간의 예외를 제외하면) 밖은 아름답네요. 지금 우리(적어도 저)에게 필요한 건, 차갑고 상쾌하며 뇌까지 얼어버릴 듯한 슬러시 한 잔입니다. 그래서 저는 ‘슬러시 천국’에 기도를 올렸고… 슬러시 신께서 응답하셨습니다. 아쉽게도 슬러시 기프티콘은 받지 못했지만, 훨씬 더 좋은 것을 얻었어요: 그의 작업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신이 특히 흥미로운 이유는 바로 핑거보드 샵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그 샵을, 자신과 추종자들이 ‘미니 마트’라 부릅니다. 슬러시 신의 인간계 이름은 클레이튼(Clayton)이고, 우리는 그와 함께 @slushcult 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슬러시 한 잔의 상쾌함은 잠깐뿐이지만, 한 사람(이번 경우엔 신)의 이야기는 영원히 남으니까요. 이제 슬러시컬트(Slushcult)의 교주, 클레이튼(슬러시 신)의 상쾌한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사진: The Slush God 와 Matt Ulfelder (NY)   독자분들께 본인과 슬러시컬트(Slushcult)를 소개해주세요. (SG)  요우! 내 이름은 클레이튼이야. 슬러시컬트의 창립자이자 운영자고, 많은 사람들이 날 "슬러시 신(Slush God)"이라고 불러. 내 인생 대부분을 스케이트보드 산업 안팎에서 일해왔는데, 어쩌다 보니 지금은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핑거보드 스케이트 샵을 운영하게 됐지. (NY)   슬러시컬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그리고 왜 ‘핑거보드’를 미니마트의 주제로 삼았는지도 궁금해요. (SG)  음, 사실 그건 아주 긴 이야기인데 짧고 간단하게 말해볼게. 내가 슬러시컬트를 시작한 건 2013년쯤인데, 그 당시 대부분의 스트리트웨어 브랜드나 스케이트보드 관련 의류 브랜드는 너무 밋밋하고 지루하고, 지나치게 진지했어. 세상은 ‘쿨함’에 연연하지 않고, 밝고 재밌는 색감과 90년대 스케이트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그래픽을 통해 젠더 규범조차 깨부술 수 있는 그런 존재를 필요로 했다고 생각해. 미니 마트는 2019년 말에 열었어. 그 이유는, 솔직히 온라인이나 SNS를 통해서만 커뮤니티와 소통하는 것에 질렸기 때문이야. 내게 있어서 매장은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공간이 아니라, 손님들과 어울리고, 이벤트를 통해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장소였어. 그리고 물론, 오프라인으로 ‘직접 만져보고 사는’ 방식도 중요하다고 느꼈지. 핑거보드가 처음부터 메인 주제는 아니었어. 오히려 옷, 카메라, 스케이트 데크, 그리고 내 어린 시절의 장난감들—요요, 슈퍼 소커, 텍덱 등—이 섞여 있었지. 매장에 앉아 시간 보내다가 자연스럽게 테크덱 몇 개를 열어 ‘샵 보드’로 만들고, 몇 년 만에 다시 핑거보딩을 시작했어. 그러고 나서 ‘알고리즘의 신’이 날 진짜 핑거보드 콘텐츠 쪽으로 이끌기 시작했고, 난 완전히 놀랐지. 어릴 때부터 테크덱은 쭉 가지고 있었지만, 프로 핑거보드 씬이 있다는 건 이번에 처음 알았거든. 그러다 첫 핑거보드 이벤트인 " Sorry for Fingerboarding "에 가게 됐고, 그곳에서 내 지인들과도 연결된 내쉬(Nash)를 만났어. 행사 중에 사람들에게 “야 이런 건 어디서 사?” 하고 물어봤는데, 대답은 늘 “온라인으로 사야지”였지. 그때 머릿속에서 불이 탁 켜졌어. 스케이트 씬이 있으려면 스케이트 샵이 있어야 하고, 문화는 온라인이나 SNS만으로는 절대 완성될 수 없어. 핑거보딩 씬도 물리적인 공간, 스케이트 샵이 필요했던 거야. 다행히 나는 이미 그 기반을 가지고 있었고, 몇몇 브랜드에게 제품 테스트를 요청하면서 조금씩 시작했지. 그 후로는 쭉 성장, 또 성장, 그리고 또 성장했어. 지난 몇 년 동안 우리는 브랜드 전체를 점점 핑거보딩 중심으로 전환시켰고, 마침내 인생에서 진짜 내 역할을 찾은 것 같았어. 이젠 전력을 다해 몰입하고 있고, 지금은 미국에서 핑거보딩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장소 중 하나가 되었어. 우리 씬이 이렇게 커진 걸 보면 아직도 믿기지 않아. 내가 이 씬을 ‘시작했다’고는 절대 말하지 않아. 우리는 단지 이 씬에 ‘영구적인 집’을 만들어주었고, 가능한 한 많이 지원하고 키우려고 노력하고 있을 뿐이야. 사진: The Slush God 와 Matt Ulfelder (NY)   오프라인 샵을 열면서 마주한 가장 큰 도전들은 무엇이었고, 그것들을 어떻게 극복했나요? (SG)  오프라인 스케이트 샵을 열려고 하면 정말 수많은 장애물이 있어. 시청, 은행, 보험 회사, 건물주 등등과 처리해야 할 서류만 해도 산더미지. 그리고 아마 가장 큰 장애물은… 결국 ‘비용’일 거야. 우리 매장은 고작 180제곱피트(약 5평) 정도지만, 현재의 모습으로 리모델링하는 데만 거의 2만 달러(약 2천 7백만 원)가 들었어. 그 공간에 이전 세입자가 수십 년 동안 있었던 터라 내부를 완전히 뜯어내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거든. 다행히 대부분의 작업을 우리가 직접 해서 비용을 많이 아꼈어. 그 다음으로 큰 문제는 사람들이 실제로 매장에 오게 만드는 일이야. “그걸 만들면 사람들이 온다”는 말도 어느 정도는 맞지만, 절대 보장된 건 아니거든. 다행히도 브랜드 자체가 이미 팬층—아니, 컬트의 추종자들(?)을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에 큰 이점을 갖고 출발할 수 있었어. 내가 수년간 다양한 스케이트 샵과 브랜드에서 일하며 배운 최고의 방법은, 사람들이 직접  그 공간의 일부가 되고 싶어지는 샵 문화를 만드는 거야. 단순히 물건만 파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들이 놀러 오고, 쇼핑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 그런 공간이 되어야 사람들은 계속해서 다시 찾아오게 되지. 사진: The Slush God 와 Matt Ulfelder (NY)   샵의 위치로 캘리포니아 산타아나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며, 그 선택은 어떻게 이루어졌나요? 그리고 현지 핑거보드 커뮤니티의 반응은 어땠나요? (SG)  우리가 처음으로 제대로 된 오피스, 즉 본사를 얻었을 때 산타아나로 이사했어. 그게 지금 샵을 열기 3년 전쯤이야. 산타아나를 선택한 이유는, 시내 중심가의 분위기가 정말 끝내줬기 때문이야. 거기에는 이미 Nothing Usual ( NOT.US )이라는 스트리트웨어/스케이트 샵을 운영하던 친구들이 있었는데, 그들을 방문할 때마다 그 동네는 뭔가 전기가 흐르는 것처럼 느껴졌어. 내가 있고 싶은 곳, 마치 집처럼 느껴졌지. 그러다가 길 건너 사무실 임대 간판을 보고 바로 계약했어. 그 전까지는 내 아파트와 차고에서 일하고 있었거든. 뭔가 제대로 된 본사가 꼭 필요하다고 느꼈던 시점이었지. 산타아나 다운타운은 정말 멋진 곳이야. Them Skates, Bait, Rif OC, Not.Us , Stussy 같은 인근 샵들과 함께, 여긴 마치 작은 서브컬처 커뮤니티 같아. 수십 년째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오래된 샵들 사이에서 그런 감성이 살아 숨 쉬는 곳이지. 핑거보드 커뮤니티도 정말 긍정적으로 반응했어. 아까 말했듯이, 이 씬엔 ‘홈 베이스’가 필요했거든. 모이고, 교환하고, 물건을 팔고, 그리고 무엇보다 핑거보딩을 할 수 있는, 그런 영구적인 공간. 처음엔 시간이 좀 걸렸지만, 이제는 샵이 열리는 날이면 하루에 10명에서 30명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찾아와서 보딩도 하고, 새로운 친구도 사귀고 있어. 사진: The Slush God 와 Matt Ulfelder (NY)   슬러시컬트는 현지 핑거보드 커뮤니티(혹은 더 넓은 씬)에서 어떤 점에서 독특하다고 생각하시나요? (SG)  밝은 색감, 재치 있는 그래픽, 고퀄리티 의류와 스케이트/핑거보드 제품들 외에도, 우리가 전하고자 하는 의미 와 철학 이 있어. 슬러시컬트는 누구든 자신답게 있을 수 있는 완전히 포용적인 공간 이야. 우리는 이 샵을, 누구든—그 사람이 누구이든, 어떻게 생겼든—들어와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정말 노력하고 있어. 또한, 내가 스케이트 리테일 쪽에서 일한 경력이 우리를 다른 샵들과 구분 짓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해. 샵을 운영하는 일은 절대 쉽지 않아. 다행히도 난 수년간의 경험이 있었기에 그 덕에 많은 난관을 잘 넘길 수 있었지. 핑거보드 샵이라는 건 이 씬에선 아직까지도 새로운 개념 이야. 그래서 기존에 가지고 있던 경험과 지식이, 미지의 영역을 탐험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어. 사진: The Slush God 와 Matt Ulfelder (NY)   오프라인 매장을 열기 전과 후를 비교했을 때, 핑거보드 커뮤니티나 시장에서 어떤 변화나 트렌드를 느끼셨나요? (SG)  지난 몇 년 동안 내가 느낀 가장 큰 변화는, 새로 생겨나는 브랜드와 회사들의 숫자 가 정말 엄청나게 늘어났다는 거야. 인터넷 덕분에 이제는 누구나 정보를 찾고, 데크나 다른 아이템들을 직접 만들어보려고 시도할 수 있는 세상이 됐어. 그래서 항상 새로운 것들이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지. 이건 이벤트 쪽에도 마찬가지야. 씬이 많이 성장한 덕분에, 지금은 다양한 이벤트들이 훨씬 자주 열리고 있어. 그런 흐름은 정말 멋지고, 보는 입장에서도 굉장히 반가운 일이지. 사진: The Slush God 와 Matt Ulfelder (NY)   미니 마트는 종종 매장이나 외부 장소에서 Fingerboard Con 같은 오프라인 이벤트를 열곤 하잖아요. 이런 이벤트들이 슬러시컬트의 비즈니스나 현지 핑거보딩 커뮤니티에 어떤 기여를 하고 있다고 느끼시나요? (SG)  우리는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마다 Shop Session 이라는 정기 이벤트를 열어. 20개 이상의 파크를 설치해서 보딩을 할 수 있고, 매번 다른 테마나 다른 브랜드들과의 협업 덕분에 정말 특별하고 재미있는 시간들이 돼. 이걸 2년 넘게 한 달도 빠짐없이 계속해왔는데, 솔직히 좀 힘들 때도 있지만 샵과 남부 캘리포니아 씬을 위해서라면 정말 가치 있는 일이야. 또 우리 팀 라이더인 FB.Christopher 가 매년 주최하는 대형 이벤트 Shredder Mania 의 공동 주최 및 개최 장소로도 참여하고 있어. 이 이벤트는 샵에서 열리는데, 매번 수백 명이 찾아오는 정말 큰 행사야. (다음 행사는 바로 다음 달에 열려!) Fingerboard Con 은 슬러시컬트(미국), 6Skates(캐나다), Blackriver(독일)의 3자 파트너십으로 열리는 대형 컨벤션이야. 핑거보딩에 100% 집중한 행사로, 500명 이상의 참가자, 20개 이상의 벤더, 그리고 수많은 핑거보드 파크들이 준비돼. 이 씬이 만나고, 교환하고, 사고팔고, 또 새로운 친구를 사귈 수 있는 또 하나의 장이 되는 셈이지. 우리 유튜브에 올라온 리캡 영상들을 보면 얼마나 대단한 이벤트인지 알 수 있을 거야. 지금까지 2번 열었고, 앞으로도 매년 계속 이어가게 될 거라고 생각해. 사진: The Slush God 와 Matt Ulfelder (NY)   미니 마트를 연 이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나 경험은 무엇이었나요? (SG)  오프닝 날 밤은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이야. 사실 너무 긴장해서 아무도 오지 않을까 봐 걱정이 컸거든. 그래서 예정된 오픈 시간보다 내가 더 늦게 도착했어. 차를 세우고 코너를 돌아서 매장 쪽으로 걸어가는데, 100명 넘는 사람들이 줄 서 있는 거야. 오랫동안 우리를 지지해준 손님 (추종자)들, 가족, 친구들, 그리고 친한 브랜드 운영자들까지—전부 나를 위해 와준 거지. 정말 특별한 순간이었고, 그 감정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어. 그런 순간은 다시는 똑같이 재현할 수 없을 거야… 음, 아니, 미니 마트 2호점을 열게 된다면 또 한 번 느낄 수 있을지도? 하하. 사진: The Slush God 와 Matt Ulfelder (NY)   앞으로 핑거보딩 문화는 어떻게 진화할 거라고 보시나요? 그리고 미니 마트 같은 샵들이 그 변화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SG)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건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고 생각해. 이 씬은 아직 성장 가능성이 엄청나게 많고, ‘정점’까지는 한참 남았어. 미니 마트를 비롯해 FlatFace, ASI, ThisFB, 6Skates, Yuck, Tiny Skate Shop, Alien Outpost, Abducted, FingerDex 같은 핑거보드 샵들이 이 씬을 실질적으로 계속 앞으로 밀어주고 있어. (분명 몇 군데 빠뜨렸을 거야, 미안!) 스케이트보드 문화처럼 핑거보딩도 샵 기반의 문화 가 반드시 필요해. 스케이트 샵 없이 스케이트 씬을 만드는 건 불가능하듯, 핑거보딩 씬도 그런 문화를 만들어줄 공간과 중심지가 꼭 필요하지. 사진: The Slush God 와 Matt Ulfelder (NY)   슬러시컬트의 장기적인 계획이 궁금합니다. 곧 공개될 프로젝트나 확장 계획이 있다면 공유해주실 수 있나요? (SG)  정말 많은 대형 콜라보들이 예정돼 있고, 우리가 아직 한 번도 만들어보지 않았던 램프나 장애물 같은 새로운 핑거보드 제품들도 준비 중이야. 또 더 많은 Fingerboard Con 도 계획 중이고, 가능성은 정말 무궁무진해! 그 중에서도 내가 가장 기대하는 건, 지금처럼 계속해서 캘리포니아와 미국 전체의 씬을 성장시키고 응원하는 거야! 슬러시 신 (클레이튼) 인스타그램: @slushcult

  • 독특함 그 자체 - 말로리 커티스, 유니크

    안녕하세요, 편집장 노아입니다. 오랜만에 장인의 집념 을 통해 인사드리네요.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저희는 언제나 최고의 퀄리티로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발행하는 모든 글은, 이 커뮤니티를 위해 헌신하며 노력해온 한 사람의 경험과 교훈을 나누는 매개체입니다. 따라서 이 플랫폼은 단순한 스토리텔링을 넘어서, 기사 속 인물들의 작업에 대한 존중을 담아 최고의 문학적 퀄리티로 전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특별한 이야기를 들고 왔습니다. 사실 이번 이야기는 제목 그대로 “유니크”합니다. 주저 없이 말씀드릴 수 있어요. 이 분은 핑거보드 커뮤니티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제작자 중 한 명입니다. 미국 오리건 주 유진에서 온 그녀, 바로 @uniquedecks 의 창립자 말로리 커티스(Mallory Curtis)를 만나 그녀가 핑거보드를 대하는 철학, 창작 과정, 핑거보드를 통한 자기 표현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지금부터 Unique의 말로리가 들려주는 이야기와 인사이트를 소개합니다. 말로리 커티스 (Mallory Curtis), Unique Decks 창립자 / 사진: @fuckincody2.0 (NY)   독자분들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MC)  저는 미국 오리건 주 유진 출신 말로리 커티스입니다. 2011년부터 Unique Decks를 운영하고 있고, 2024년부터는 The Fingerboard Factory도 함께 운영하고 있어요. 그리고 Flatface 팀 라이더이기도 합니다! (NY)   ‘Unique’라는 이름은 어떻게 탄생했나요? (MC)  Unique는 예전 포럼 시절, FFI랑 FBHQ에서 제가 판매하던 세상에 하나뿐인 보드에서 시작됐어요. 사람들에게 “말로리가 만든 보드” 대신 뭔가 브랜드 이름을 붙여줘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세팅 스레드에서 제 보드를 부를 수 있는 이름이 필요했고, 그때 ‘Unique’가 생겼어요. 사진: Mallory Curtis (NY)   언제, 그리고 왜 핑거보드를 만들기 시작하셨나요? (MC)  저는 항상 핑거보드의 DIY적인 면에 깊이 빠져 있었기 때문에 만들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텍덱과 함께 종이 상자로 만든 램프에서 시작해서, 아빠랑 함께 작업실에서 나무 램프를 만들고, 인덱스 카드로 핑거보드 덱을 만들고(유튜브 튜토리얼 올린 Savannah Simpson에게 감사해요!), 그리고 나무 핑거보드를 위한 석고 몰드를 만들기까지 했죠 (Brandon Jones에게도 감사해요). 그러다 점점 ‘프로 브랜드만큼 퀄리티가 좋으면서도 나만의 미학과 감각이 담긴 보드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집착하게 됐어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Unique’가 의미하는 바를 끊임없이 다듬고 진화시켜 왔죠. 지난 13년 동안 이 브랜드는 저와 함께 성장해왔어요. 사진: Mallory Curtis (NY)   ‘닌자 거북이’ 그래픽이나 ‘Love Equation’처럼, 아트워크의 영감은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MC)  제 그래픽의 대부분은 애초에 제가 핑거보드를 만들게 된 그 영감과 연결되어 있어요. 예를 들어 “The Love Equation”은 원재료에 약간의 애정을 더해, 특별한 감각을 가진 무언가를 만들어낸다는 이야기예요. 제가 좋아하는 그래픽 중 또 하나는 “Who will I be today?”인데, 이건 매일매일 ‘나답게’ 살아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죠. 사진: Mallory Curtis 제가 처음 핑거보드를 시작했을 때, 유튜브 채널 이름이 “littleturtle2008”이었어요. 그만큼 거북이에 푹 빠져 있었죠. 그래서 지금도 보드 곳곳에 거북이에 대한 애정을 살짝씩 담으려고 해요. 심지어 몰드 이름들도 거북이의 생애 주기를 따서 지었어요 — Hatchling  (부화), Nesting  (산란), Juvie  (Juvenile의 줄임말, 어린 개체). 이렇게 저의 어린 시절을 다시 떠올릴 수 있는 작은 재미를 더해보고 있어요. 사진: Mallory Curtis (NY)   새로운 컬렉션을 만드는 과정을 처음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순간부터 출시일까지 소개해 주세요. (MC)  제 창작 과정은 굉장히 ‘과정 중심적’이에요. 작업 흐름을 다듬고, 새로운 기술을 실험해보는 걸 정말 좋아하죠. 예를 들어, 지금 저는 6월 프라이드 먼스를 위한 프라이드 보드를 작업 중이에요. 저는 항상 어떤 시각적 이미지가 개념이나 아이디어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해요. 저는 레즈비언인데, 가위 한 쌍은 레즈비언 정체성을 재치 있게 표현할 수 있는 상징이기도 해요. 노골적이거나 불편하지 않으면서도 웃음을 줄 수 있는 그래픽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죠. 이번 작업에서는 목판화(wood block printing)라는 새로운 그래픽 기법도 시도하고 있어요. 이는 일본 전통의 부조 인쇄 기법으로, 나무 판에 손으로 이미지를 조각해 찍어내는 방식이에요. 색을 여러 겹으로 표현하고 싶다면 여러 개의 판을 만들 수도 있고요. 저는 이 기법이 ‘프라이드’라는 주제를 표현하기에 정말 완벽하다고 생각했어요 — 나의 기술에 대한 자부심,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한 자긍심을 담을 수 있으니까요. 사진: Mallory Curtis 지금은 목판과 레지스트레이션(registration, 인쇄 시 위치 정렬)을 정교하게 다듬는 중이고, 손으로 직접 인쇄한 목판 그래픽을 본격적으로 제작할 준비를 하고 있어요. 보드 제작이 완료되면, 카메라로 예쁜 사진을 찍어서 사이트에 올립니다! 사람들이 제가 만든 걸 좋아해줬으면 좋겠어요. 사실 새로운 걸 출시할 때마다 아직도 긴장돼요. 제 창작 과정은 사용하는 기술에 상관없이 비슷한 흐름을 따라가요. 저에게 있어 ‘기술’은 실험하고 탐색할 수 있게 해주는 도구예요. 예를 들어, 스플릿 플라이(split ply)를 다양한 방식으로 만드는 법을 배우고, 그 변화가 패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관찰하면서 “이 변수를 바꾸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를 계속 실험하는 거죠. 늘 새로운 변수를 시도해보며 진화해나가는 과정이에요. 사진: Mallory Curtis (NY)   말로리님에게 Unique, 그리고 핑거보딩 전반은 인생에서 어떤 의미인가요? (MC)  저에게 핑거보딩은 제 인생 그 자체처럼 느껴져요. 제 직업이자, 열정이고, 커뮤니티이며, 여전히 가장 좋아하는 취미예요. Unique는 제 창의력을 표현할 수 있는 통로이고, 세상에 존재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죠. 그리고 The Fingerboard Factory 는 제가 그동안 쌓아온 지식을 더 확장하고, 다른 브랜드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공간이에요. 현재 두 명의 견습생이 제 밑에서 배우고 있고, 제가 알고 있는 모든 기술들을 전수해주려 하고 있어요. 핑거보딩이 지난 몇 년 사이에 얼마나 많이 성장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얼마나 더 발전할 수 있을지를 보면 정말 놀라워요. 사진: Mallory Curtis (NY)   오프라인 핑거보드 이벤트도 자주 여시는 걸 봤어요. 그에 대해 좀 더 들려주실 수 있나요? (MC)  저는 매년 오리건에서 여러 개의 이벤트를 열고 있어요! 주로 스케이트숍이나 스케이트파크에서 진행되죠. 핵심 커뮤니티에 속한 핑거보더들부터 초보자와 그들의 가족까지, 누구나 환영받는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해요. 제 생각에는, 지역에서 함께 만날 수 있는 친구들이 있을 때 사람들이 핑거보딩을 더 오래 지속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제는 혼자 방 안에서만 핑거보딩하던 시대가 지나갔으면 좋겠어요. 이런 이벤트는 다 함께 모여서 서로의 멋진 모습을 보고, 즐기고, 영감을 받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죠. 그리고 모두가 즐길 수 있도록 제가 직접 만든 파크들도 모아놓은 컬렉션이 있어요. 항상 새로운 파크를 만들고 있어서, 절대 지루하지 않도록 하고 싶어요. 사진: Mallory Curtis (NY)   Unique라는 브랜드 외에, 말로리 본인은 어떤 사람인가요? 핑거보딩 외에 관심 있는 것들도 궁금해요. (MC)  저는 스포츠를 정말 좋아해요! 특히 여자 축구랑 농구요. 또 정원 가꾸기, 독서, 자전거 타기, 그리고 반려견이랑 노는 것도 좋아해요. 사진: Mallory Curtis (NY)   마지막으로 독자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MC)  지난 수년간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여러분 모두가 제 성장 과정을 함께 지켜봐 주신 것 같은 기분이에요. 제게는 정말 큰 의미예요. 제품을 주문해주신 분들, 따뜻한 댓글을 남겨주신 분들, 이벤트에 와주신 분들, 그리고 제 친구가 되어주신 모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말로리 커티스 (Mallory Curtis) 인스타그램: @uniquedecks s

  • 기존의 것을 바탕으로 창조한다 - 스테판 룬드버그, 디바이스

    다시 새로운 에피소드로 장인의 집념 에 돌아오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오늘은 핑거보드 제작자이자 핑거보드 커뮤니티에 큰 기여를 해온 한 분과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의 이름은 스테판 룬드버그, 그리고 그는 Devise Fingerboards 의 창립자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 Devise 의 이면에 있는 스테판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사진: Stefan Lundberg (NY)  독자분들께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SL)  제 이름은 스테판 룬드버그입니다. 저는 30살이고, 미국 남부 캘리포니아에 살고 있습니다. 저는 플랫페이스 팀 라이더이며, 무엇보다도 Devise Fingerboards 의 창립자입니다! (NY)  ‘Devise’라는 이름은 어디에서 유래했나요? (SL)  적절한 이름을 찾는 데 정말 오래 걸렸어요. 계속 우유부단했죠. 그러다 2012년 1월쯤, 그냥 Devise Fingerboards 로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제 첫 번째 금속 몰드를 만들었을 때였는데, 그때 제 데크 쉐이프에 자신감이 생기면서 작은 브랜드를 시작할 준비가 됐다고 느꼈어요. 원래는 ‘Create Fingerboards’ 같은 이름을 생각했었죠. 그래서 유의어 사전을 뒤지다가 ‘Devise’라는 단어를 발견했어요. 기존의 것을 바탕으로 창조한다는 뜻이 마음에 들었거든요. 당시 제가 느끼고 있던 좋은 핑거보드에 대한 생각과 영감을 바탕으로 세상에 제 기준의 핑거보드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특히 FlatFace G12와 Berlinwood의 “New Mold”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어요! (NY)  핑거보드를 만들기 시작한 계기와 시기는 언제인가요? (SL)  2010년 말쯤 친구와 트레이드를 했는데, 그 친구가 거래에 추가로 베니어판 5장을 넣어줬어요. 그게 제 인생을 바꿀 줄은 정말 몰랐죠! 2011년 내내, 여가 시간마다 데크 제작 실험을 했어요. 이 얇고 약해 보이는 나무 조각들이 단단한 데크로 굳어져서, 플라스틱 보드보다 훨씬 뛰어난 성능을 낸다는 사실에 완전히 매료됐죠. 당시 저는 아직 10대였고, 차도 없었고, 미국 동부에 살아서 눈 오는 날이 많았어요. 그래서 시간이 많았죠. eBay에서 구한 콘크리트 몰드로 실험도 해보고, 직접 본도 몰드를 만들기도 했어요. 그러다가 일관성 없는 결과에 지쳐서 결국 금속 몰드에 투자하게 됐습니다. 사진: Bo Mitchell (NY)  예술 작업에 대한 영감은 어디에서 얻으시나요? 예를 들어, 상징적인 ‘Crayon Cruiser’ 같은 작품 말이에요. (SL)  온라인과 목재 상점에서 다양한 종류의 베니어를 찾아보는 것에서 많은 영감을 받아요. 요즘은 직접 베니어에 염색하는 것도 정말 재미있게 하고 있어요! 저는 나무의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정말 좋아하고, 그 위에 얹는 투명한 그래픽—예술적인 요소가 담긴 그래픽을 좋아해요. 처음에 Crayon Cruiser를 만들었을 땐 종이 그래픽을 사용했는데, 당시엔 그 방법밖에 몰랐거든요. 그런데 열전사 방식(heat transfer)을 알게 된 후부터는 크레용 시리즈를 비롯한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시도해보는 게 정말 즐겁습니다! 사진: Stefan Lundberg (NY)  새로운 컬렉션을 만드는 여정을 들려주세요. 아이디어 구상부터 출시일까지요. (SL)  제 컬렉션이나 재고는 꽤 즉흥적이에요. 그때그때 가장 큰 영감을 받는 것들로 구성하거든요. 예를 들어 프로 모델 데크 를 디자인하는 과정을 말씀드릴게요. 먼저 라이더에게 연락해서, 그들이 어떤 그래픽을 데크에 담고 싶은지 아이디어를 받아요. 저작권에 문제가 없을 법한 아이디어로 합의가 되면, 제 그래픽 디자이너인 닉 바르트(Nick Barthe)에게 연락하죠. 닉은 어릴 적 저와 함께 스케이트보드를 탔던 친구예요. 제가 전달한 아이디어를 매번 놀라울 정도로 멋지게 구현해줍니다! 닉과 저는 팀 라이더가 원하는 방향을 반영하면서 여러 차례 수정 작업을 거쳐요. 저는 특히 그래픽이 보드 위에 적절한 비율로 들어가는지를 많이 신경 씁니다. 그런 다음 샘플을 하나 프린트해서 확인하고, 여러 다른 그래픽들과 함께 생산에 들어가요—이 방식이 훨씬 효율적이거든요.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재고 제작에 들어가고, 프로모션용으로 라이더에게 보드를 보내고, 마침내 웹사이트에 제품을 올립니다! Alex Hancak  와 Alex Rogan  / 사진: Stefan Lundberg (NY)  스테판님에게 있어 Devise 와 핑거보딩은 인생에서 어떤 의미인가요? (SL)   Devise 는 제 창의력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자, 제게 가족 같은 친구들을 응원하고 지원할 수 있는 수단이에요. 그게 동기부여든, 프로 모델 데크로 로열티를 주는 것이든 말이죠. 핑거보딩이 돈이 많이 되는 분야는 아니지만, 저는 그 어떤 것보다도 이 일을 즐기고 있어요! 조금 진지한 이야기를 하자면, 제 팀에 Allan Agudelo 라는 라이더가 있었는데, 그는 2021년에 세상을 떠났어요. 정말 긍정적인 사람이었고, 재능 있는 촬영자였으며, 스타일도 뛰어난 핑거보더였죠. 그런 그가 제 팀에서 활동하며 기뻐했고, 그의 장례식을 위해 데크 판매 수익 일부를 가족에게 전달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제겐 아직도 믿기지 않을 정도예요. 이런 작은 스케이트보드가 저를 그런 인생의 길로 데려다줄 줄은 전혀 몰랐거든요. 우리는 결국 그의 프로 모델 그래픽을 함께 만들 기회를 갖진 못했지만, 그 슬픈 시기에 그의 가족을 도울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제 인생에서 큰 의미로 남아 있어요. 저는 여전히 그를 자주 떠올립니다. 슬픈 마음도 있지만, 동시에 그가 제게 남긴 영향에 깊은 영감을 받습니다. Allan, 우리 모두 당신을 그리워하고 있어요!  Allan Agudelo  / 사진: The Dirty Harry (NY)   Devise  외에, 한 사람으로서의 스테판은 어떤 분인가요? 핑거보딩 외에 어떤 관심사를 가지고 계신가요? (SL)  저는 스케이트보더이고, 현재는 Vans 매장에서 풀타임 매니저로 일하고 있어요. 스케이트보딩 외에는 여자친구, 그리고 저희 집 고양이 두 마리와 시간을 보내는 걸 정말 좋아합니다! 또, 제 가족 그리고 가족처럼 지내는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는 걸 아주 좋아해요. 여가 시간에는 포켓몬 카드 수집도 즐기고, Pokémon GO  게임도 자주 해요! 사진: Stefan Lundberg (NY)  마지막으로 독자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SL)  핑거보딩에서 가장 중요한 건, 친구들과 함께 즐기는 거예요. Devise 를 시작한 이유도, 저와 제 스케이터 친구들이 더 쉽게 고퀄리티 나무 핑거보드를 접할 수 있었으면 했기 때문이에요. 혹시 핑거보딩을 함께 할 친구가 없다면, 근처 스케이트숍이나 인스타그램에서 이벤트를 찾아보세요. 요즘은 핑거보드 브랜드가 거의 매달, 아니 매주 생겨나고 있어요. 몇몇 브랜드에 연락해 보면, 지역에서 이벤트를 홍보하거나 핑거보딩의 즐거움을 나누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몰라요!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안타깝게도 어두운 면이 많은 곳이지만, 핑거보딩을 통해 그 속에 작은 빛을 퍼뜨릴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생각해요. 스테판 룬드버그 (Stefan Lundberg) 인스타그램: @devisefingerboards

  • 핑거보딩해서 미안해 ㅜㅜ - 내쉬 키아누 하케스

    핑거보드 이벤트에 가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만약 그렇다면… 미안합니다(SORRY). 오늘은 새로운 시리즈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바로 그라인드 & 슬라이드 입니다! 이 시리즈에서는 핑거보드 커뮤니티의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을 초대해, 그들만의 독특한 영상미, 사진 스타일, 그리고 오프라인 이벤트를 어떻게 만들어내는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라인드 & 슬라이드의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는, 위에 언급한 모든 것을 직접 만드는 특별한 게스트를 캘리포니아에서 모셨습니다. 그의 이름은 내쉬 하케스(Nash Jacquez)이며, Sorry for Fingerboarding 의 창립자입니다. 내쉬 하케스 (Nash Keanu Jacquez) / Sorry for Fingerboarding 창립자 (NY)   저희 독자분들께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NKJ)  안녕하세요! 여러분 모두를 만나게 되어 정말 신나요. 저는 내쉬(Nash)라고 하고, Sorry for Fingerboarding 의 창립자입니다. 기억이 나는 한 아주 어릴 때부터 피거보드를 타기 시작했어요. 이렇게 여러분이 이 글을 읽고 있다는 게 정말 기쁩니다. 함께 여정을 떠나봅시다! (NY)   Sorry for Fingerboarding는 어떤 브랜드인가요? (NKJ)   Sorry for Fingerboarding 는 2013년 12월에 하나의 열정 프로젝트로 시작해서, 2014년 5월에 공식적으로 런칭됐어요. 사실 저는 2007년부터 핑거보드 씬에서 활동해왔고, 블랙리버 램프(Blackriver Ramps)와 함께 다시 일하게 된 게 정말 기뻤습니다. 당시 회사에 있던 앤디 힉(Andy Hick)이 캘리포니아 씬을 성장시키는 데 큰 도움을 주셨고, Sorry 가 제대로 출항할 수 있도록 열쇠를 넘겨주셨죠. 처음에는 단순히 이벤트 주최로 시작했는데, 몇 년 뒤에는 제품도 선보이기 시작했어요! 도움을 준 BRR에게 정말 감사하고, 지금의 Sorry 의 위치에 대해 너무나도 신나고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핑거보드 이벤트가 엄청 많아져서, 몇 달 동안 매주 다른 브랜드나 개인이 주최하는 이벤트에 갈 수 있을 정도였어요. 핑거보딩이 이렇게 자리 잡을 수 있게 해줘서 정말 고마워요! 사진: Martin Ehrenberger (NY)   Sorry for Fingerboarding는 미국 전역에서 이벤트를 주최하는 것으로도 유명한데요, 이렇게 대규모 이벤트를 기획하게 된 배경이 궁금해요. (NKJ)  감사합니다! 정말 운 좋게도 다양한 스타일의 이벤트를 주최하며 여기저기 여행할 수 있었어요. 이 모든 건 작은 도시에서 자라며 오랫동안 핑거보드 이벤트 하나 없이 지낸 경험에서 시작됐어요. 집 안의 책상 위에서 혼자 타는 걸 넘어서,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고 전 세계 사람들과 핑거보드로 연결되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죠. 그 열정과 마음을 계속 품고 있었기에, 언젠가는 우리의 꿈과 다른 사람들의 꿈까지도 함께 이룰 수 있는 더 큰 규모의 이벤트를 만들 수 있게 된 거예요. 사진: Yoon Sul (NY)   2019년에 스케이트보드 미디어 중 가장 영향력 있는 플랫폼 중 하나인 The Berrics와 협업을 하셨죠. 니코 프랭크(Nico Frank), 캐시어스 허스트(Cassius Hirst), 펠리페 구스타보(Felipe Gustavo) 등 다양한 재능 있는 인물들이 출연하는 곳인데요, 어떻게 그런 기회를 얻게 되어 더 넓은 대중에게 핑거보딩을 소개하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NKJ)   The Berrics  프로젝트는 제게 믿기지 않는 일처럼 느껴졌어요. 스케이트보드를 타봤거나 핑거보딩을 해본 사람이라면 아마도 초창기 The Berrics  영상들을 보며 언젠가 저기 가볼 수 있을까? 하고 상상해본 적이 있을 거예요. 2018년에 저는 포르투로 여행을 가서 Oak Wheels의 본거지인 “PATEO PRO FINGERBOARDING”을 방문할 수 있었어요. 그 세션과 분위기는 정말 대단했고, 뭔가 아주 특별한 느낌이었어요. 그런 느낌은 처음이었고, 그때 문득 “이게 핑거보딩계의 Berrics 같은 거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리고 2019년 초, 영상이 공개되기 6주 전쯤이었어요. The Berrics 의 팀(Tim)한테 전화를 받았는데, 그곳의 새로운 협업자였던 보(Bo’s Angles)가 핑거보딩에 대해 이야기했고, 우리가 파크를 만들 수 있는지 물어봤어요. 망설일 것도 없이 “당연히 해야지!” 했죠. 그 당시 저는 롱비치에 있는 작은 원룸에서 살고 있었지만, 매주 주말마다 3시간 반을 운전해서 아버지의 공구를 빌려 쓸 만큼 열정적이었어요. 어떻게든 이걸 실현시켜야 했어요! 영상도 너무 잘 나왔고, 비하인드 영상들까지 진짜 멋졌어요. 그 여정 자체가 너무 좋았고, 우리는 The Berrics 와 협업을 할 수 있었고,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어요. (NY)   내쉬 님의 인스타그램(@sorryforfingerboarding)은 단순히 고퀄리티 사진과 영상만 올리는 게 아니라, 서로 처음 만난 사람들조차도 친구가 되는 그 따뜻한 커뮤니티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이런 인간적인 면을 디지털 콘텐츠에 담으려는 의도가 있으신가요? 아니면 그날의 분위기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선물 같은 걸까요? (NKJ)  그런 점을 알아봐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짧게 말하자면, 제 머릿속에는 이미 그렇게 각인돼 있어요. 제가 어릴 때부터 아버지는 항상 저희 가족의 삶과 성취를 기록해오셨어요. 아버지는 사진을 찍을 때 그 순간의 감정 을 담으라고 말씀하시곤 하셨죠. 피거보드 씬에서는 손을 가까이서 셀프로 촬영하는 앵글이 대부분이지만, 누군가 다른 사람이 카메라를 잡고 있다면 라이더 자신도 함께 담아야 한다 고 생각해요. 그 사람이 어떤 옷을 입었는지, 어디에 있었는지, 그게 몇 년도였는지—이 모든 게 이야기로 남아요. 그리고 20년 뒤에 다시 보면 정말 멋진 추억이 될 거예요. 우리는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했는데, 첫 이벤트 때 사진들을 다시 보는 게 정말 믿기지 않을 만큼 놀라워요. 사진: Nash Jacquez (NY)   핑거보드 영상을 만들 때의 크리에이티브 과정이 궁금해요. 예를 들어 카메라 세팅, 촬영 방식, 편집 스타일, 음악 선택 기준 등 전반적인 과정을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NKJ)  하하하, 이 질문은 웃음부터 나와요. 아마 저는 가장 게으른 크리에이터일 거예요. 대신 멋진 촬영자 친구들이 도와줘요—Cleigh Reid, Brad Parker, Joshua Dean, Martin Ehrenberger, 아버지, Tim Olson, Matt Salinas, Ghramm, 그리고 제 왼손까지요... 진심입니다. 저는 보통 빠르게 기획하고, 빠르게 촬영해서 한 번에 네 개 정도 편집본을 찍어두고, 그걸 시간차 두고 업로드하는 스타일이에요. 카메라는 고프로 9 , 파나소닉 HMC150 , 가끔 소니 A7ii 도 사용해요. 편집 스타일은 예전 Big Brother 나 411VM  같은 올드 스케이트 비디오 느낌을 좋아해요. 짧고 빠른 클립들이 이어지는 구성, 그리고 중간중간 랜덤한 스니펫(짧은 컷)을 넣는 것도 즐깁니다. 음악은 두 가지 방식으로 선택해요. 하나는 SNS에 업로드할 수 없는 저작권 있는 음악을 쓰고 싶을 때 저장용 에디트로 남기고, 다른 하나는 친구들이 만든 음악이나 라이선스 프리 음악 중에서 원래 생각했던 분위기와 비슷한 느낌의 트랙을 골라서 씁니다. (NY)   계속해서 콘텐츠를 만들고 이벤트를 여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NKJ)  새 보드를 잡았을 때의 기쁨, 멋진 프론트사이드 플립을 깔끔하게 성공시켰을 때의 기쁨… 그거예요. 그냥 그 자체죠.  사진: Nash Jacquez (NY)   내쉬님에게 Sorry for Fingerboarding 그리고 핑거보딩이라는 것은 인생에서 어떤 의미인가요? (NKJ)  제게는 정말 멋진 취미이자, 하나의 삶의 방식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요즘 시대에는 반짝이는 스크린에 쉽게 빠져들기 마련이잖아요. 그런데 핑거보드는 손으로 만지고 느낄 수 있는 실물이라, 그런 것들로부터 잠시 벗어나서 스스로의 기술과 감각에 집중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계속 제공해주는 것 같아요. 그 분위기, 알죠? 사진: Nash Jacquez (NY)   핑거보딩 외에, 내쉬님은 어떤 사람인가요? (NKJ)  저는 창의적인 사람이에요. 다양한 것들에 관여하고 참여하려고 늘 노력해요—사진, 스케이트보딩, 영상 제작, 목공, 그래픽 디자인, 브랜드 아이덴티티 작업 등등요. 뭐든 직접 해보는 것 ,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더스틴 클라인(Dustin Klein)이 늘 말하듯이, " Everything's been done "—모든 건 이미 다 시도되었을지도 몰라요. 아마 사실일 거예요. 하지만 당신이 지금 생각하고 있는 그 활동, 직접 해본 적 있나요???  밖으로 나가서, 뭔가에 흥분하고 열정을 느껴보세요! (NY)   마지막으로 독자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NKJ)  옛날 스케이트 영상들 많이 보세요. 예전 Harrics  영상이나 Elias Assmuth 의 파트도 꼭요. 그리고 Beastie Boys Book 도 읽어보세요. 자전거 타고 친구들이랑 근처 강가나 카페까지 가보는 것도 좋아요. 밖으로 나가보세요. 창의적인 생각에 정말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어쩌면 그 길에서 새로운 피거보드 스팟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고, 다음 영상에서 막혔던 마지막 트릭 아이디어가 문득 떠오를지도 몰라요. 내쉬 키아누 하케스 (Nash Keanu Jacquez) 인스타그램: @sorryforfingerboarding

  • 인디 미란다의 디자인 철학 - 파스텔

    오늘은 @_Pastelle.uk 의 창립자, 인디 미란다 (Indy Miranda)와의 대화를 전해드립니다. 인디는 영국 출신의 산업 디자이너이자, Alvar Pool 과 같은 핑거보드 기물을 디자인하고 직접 제작하는 제작자이기도 합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디자인, 장인정신, 그리고 피거보딩에 대한 이야기를 정말 깊이 있게  나눴어요.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우리가 이 콘텐츠를 만들면서 느꼈던 즐거움을 함께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인디 미란다의 디자인 철학을 함께 알아가 볼까요? 인디 미란다 (Indy Miranda), Pastelle 창립자 / 사진: John Green (NY)   핑거보드 기물 디자인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IM)  대학교에서 산업디자인 2학년이 시작될 무렵, 디지털 디자인 수업에서 3D 오브젝트를 만드는 짧은 과제를 받았어요. 그때 저는 이미 10년 넘게 핑거보딩을 해오고 있었고, 언젠가는 제 보드를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었죠. 그래서 그 기회를 활용해 CAD 소프트웨어와 3D 프린터를 사용해 보드 쉐이프를 디자인하고 프로토타입을 만들기 시작했고, 그게 바로 Pastelle 의 시작이었습니다. 그게 제 인생 첫 진짜 반복 설계(iterative design)  경험이었어요. 처음 몇 달 동안은 잠도 못 자고 몰입 상태로 작업했죠. 보드를 만드는 데 필요한 기술을 배우는 동시에 디자인 프로세스를 하나하나 알아가는 과정이었어요. 하나의 오브젝트를 다양한 버전으로 직접 만들어보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를 해결해가는 경험은 정말 중독성이 강했어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코로나19로 인해 공방 사용이 중단되면서 그 프로젝트는 멈춰야 했고, 저는 학생 기숙사에 갇힌 채 그 몰입 상태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만 품고 있었죠. 그 후 3년간 졸업을 하고, 산업 디자이너 존 그린(John Green)과 함께 일하며 경력을 쌓았어요. 그러다 런던으로 이사하면서 본격적으로 제 커리어의 다음 단계를 밟고자 기존 디자인 직장을 그만두었습니다. 바로 그 시점에 영국의 핑거보드 브랜드들—Cartwheels, Axe Ramps, Arbeia가 잉글랜드 남부 해안에서 작은 피거보드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었고, 저는 그 기회를 통해 다시 몰입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을 거란 희망을 품게 됐어요. 사실 2019년에 제 친구 마우로 카사스(Mauro Casas)와 함께 ASI 베를린 샵에 갔을 때부터 핑거보드 풀(pool)을 디자인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거기서 Crazyleg 풀을 타보고 완전히 매료됐거든요. 드디어 제가 원하던 시간이 왔죠. 공방을 쓸 수 있었고, 새로 습득한 디자인 기술도 있었고, 시간도 많았어요. 그렇게 4주 동안 집중해서 핑거보드 풀의 콘셉트를 설계하고 개발했고, Alvar 의 첫 번째 생산용 프로토타입을 완성하면서 본격적으로 핑거보드 기물 디자인 여정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지금 돌아보면, 디자인과 핑거보딩에 대한 제 열정을 자연스럽게 결합한 길이었던 것 같아요. 요즘 Pastelle 은 저의 창작 공간이자, 새로운 제작 기술이나 소재를 실험해보고 커뮤니티로부터 피드백을 받아가며 제 디자인 프로세스를 계속 발전시켜 나가는 도구가 되고 있습니다. Alvar Pool / 사진: Indy Miranda (NY)   Pastelle의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디자인 철학은 무엇인가요? (IM)   Pastelle 의 목적, 방향성을 설정할 때, 저는 예전부터 자세히 연구해온 브랜드인 무인양품(MUJI)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어요. 대부분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는 화려한 그래픽으로 주목을 끌고, 기능보다는 유행에 따라 제품을 판매하죠. 반면에 MUJI 매장에 들어서면, 항상 편안하고 익숙한  경험을 할 수 있어요. 제품을 한 번 쓱 보기만 해도 그 기능이 무엇인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고, 굳이 자극적인 설명이나 그래픽이 없어도 되죠. 이렇게 불필요함을 덜어낸 디자인과 기능 중심의 간결한 사인 시스템 덕분에, 전 세계 어느 MUJI 매장을 가더라도 경험이 일관되게 유지됩니다. 또 한 가지 인상적인 점은, 이들의 제품 카탈로그나 브랜드 이미지가 수년에 걸쳐 거의 변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MUJI의 대표 제품 중 하나인 아로마 디퓨저는 2014년에 디자인된 건데, 지금 출시됐다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예요. MUJI는 성장보다는 필요성 에서 출발한 최소한의 디자인 개입을 통해, 제품이 사람들의 환경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오랜 시간 사랑받을 수 있도록 하죠. Pastelle  역시 이런 경험을 지향해요. 단순히 취미용 아이템이 아니라, 일상을 위한 오브젝트 , 그리고 창의적인 핑거보딩 방식 을 자극하는 도구로서 기능하길 바라요. 핑거보더와 그들이 함께 사는 사람들 모두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제품이 되길 원해요. 처음 봤을 땐 취미와 무관해 보일지 몰라도, 결국에는 소중하게 간직할 수 있는 무언가 로 자리잡기를요. 간결하고 일관되며 정직한 브랜딩을 통해 제 의도를 최대한 명확히 전달하고 싶어요. 이 메시지가 핑거보딩 안팎의 다양한 소비자들에게도 잘 전해지길 바랍니다. Trivet 프로토타입 / 사진: Indy Miranda (NY)   새로운 제품을 디자인할 때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들은 무엇인가요? (IM)  제품을 만들 때 고려해야 할 디자인 요소는 정말 많지만, 그중에서도 몇 가지 핵심적인 요소를 강조하고 싶어요. 디터 람스(Dieter Rams)가 그의 유명한 ‘좋은 디자인을 위한 10가지 원칙’에서 말했듯이, 제품은 보기에도 좋아야 하지만, 무엇보다도 본래의 기능을 뛰어나게 수행 해야 합니다. 기능을 효과적으로 실현하려면 당면한 문제를 깊이 이해하는 것 이 가장 먼저예요.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사용성 이나 인체공학적 요소  같은 디자인 요소들이 도출되고, 그것들이 곧 제품의 형태를 결정짓는 토대가 되죠. 이후의 모든 디자인 결정은 거기서부터 시작돼요. 기능을 명확히 정의한 다음엔, 선택하는 재료 가 그 목적과 시너지 를 이뤄야 해요. 이 단계에서 저는 제품의 지속가능성 이나 제조 방법 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합니다. 시간이 지나도 살아남는 오브젝트들의 공통점은 대부분 고품질의 재료를 사용했다는 것 이에요. 제 생각에 지속가능한 디자인 을 추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항상 제품의 수명(Longevity)을 고려해요. ‘오랫동안 쓰일 수 있는 제품’을 설계하려면, 그 제품이 앞으로 어떤 식으로 진화할 수 있을지까지 미리 생각해봐야 해요. 예를 들어 스마트폰을 보면 앞뒤가 유리로 되어 있어서 처음엔 매력적이고 혁신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주머니에서 떨어져 산산조각 나버리면 그 멋짐은 바로 사라지죠. (애플, 보고있나?) 결국 어떤 제품의 필요성 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 위와 같은 요소들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어떤 디자인 개입도 기존 제품보다 의미 있는 개선을 제공하긴 어렵다고 생각해요. 스케치 / 사진: Indy Miranda (NY)   디자인할 때 절대 포함하지 않거나, 반대로 항상 포함하는 요소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IM)  산업 디자이너로서 제 디자인 프로세스는, 제품을 기능적으로 만들고 즉각적으로 인식 가능하게 만드는 디테일을 살리는 것 과, 핵심 목적에서 벗어나는 장식적인 요소를 제거하는 것  사이에서 끊임없이 균형을 맞추는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일본 디자이너 후카사와 나오토(Naoto Fukasawa)의 말을 굉장히 좋아하는데요, 그는 이렇게 말했어요:  “감상의 목적만을 위한 장식성은 유용한 아름다움과는 동떨어져 있다.”  이 말은 제 디자인 철학과도 정확히 맞닿아 있어요. 다만 중요한 건— 기능을 추구하기 위해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하는 결정 이 종종 ‘미니멀리즘’과 혼동된다는 점이에요. 미니멀리즘은 미적인 이상을 추구하면서 의도적으로 디테일을 제거하는 스타일 인데, 이로 인해 오히려 제품의 기능성이 희생되는 경우 가 많아요. 예를 들어 다시 애플을 보자면, ‘단순화’를 이유로 대부분의 USB 포트를 없애버렸죠. 하지만 그 결정은 소비자들이 필요로 하던 기능들을 제거한 셈이었고, 결과적으로 외장 동글 이라는 임시방편으로 해결해야 했어요. 그 결정은 큰 반발을 불러왔고, 결국 애플도 최신 모델 중 일부에서 포트를 다시 넣게 됐죠. 제 경우에는, 제품의 핵심 기능에 기여하지 않는 디테일을 배제하는 것 이 오히려 ‘디자인되지 않은 것 같은’ 단순한 형태로 이어져요. 하지만 저는 오히려 그게 좋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만들어진 오브젝트야말로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고, 오래도록 사람 곁에 남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진: Indy Miranda (NY)   Pastelle의 제품 라인과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보면 고급 가구 브랜드들이 떠오르더라고요. 그런 느낌은 처음부터 의도하신 건가요? (IM)  사실 2019년에 Pastelle 을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브랜딩이었어요. 당시에는 드로잉 타블렛이 있었고, 크리에이티브 에너지도 넘쳐났죠. 로고는 Futura ND  서체를 손으로 그린 버전을 바탕으로 만들었고, 모든 패키지에 직접 손으로 그림을 그려 넣곤 했어요. 졸업하고 산업 디자인 업계에서 일하면서 제 접근 방식도 성숙해졌고, 브랜딩도 그에 맞춰 변화하길 바랐어요. 존 그린(John Green)의 작업을 도우면서 그의 제품 사진을 많이 찍었고, 디자인 중심의 가구 브랜드들이 어떻게 자신들을 표현하는지 꾸준히 관찰했죠. 이들 브랜드의 가치가 Pastelle 과 잘 맞는다고 느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들의 표현 방식에서 영감을 받게 되었어요. 그 결과 지금의 단순하고, 깔끔하며, 기능 중심적인 브랜딩 이 자리잡게 된 거예요. 다만, 이런 가구 브랜드들과 Pastelle  사이의 뚜렷한 차이는 콘텐츠의 정제도 예요. 제 브랜딩 목표는 최대한 전문적으로 보이게 하는 거지만, 현실은 자원이 제한되어 있어서 그런 기준에 도달하기가 쉽지 않아요. 그래서 저는 어느 정도의 작은 불완전함 이나 완벽하지 않은 퀄리티 를 받아들이는 법을 배웠어요. 그게 어느 정도는 건강한 워라밸 을 위한 희생이기도 하고요. 그런 살짝 거친 부분들이 오히려 Pastelle 의 진정성을 더해준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직접 수작업으로 만든 제품들도 결국은 저의 작은 작업 공간과 제한된 자원 안에서 탄생한 것이니까요. 사진 : Indy Miranda (NY)   새로운 디자인에 대한 영감은 어디에서 얻으시나요? (IM)  제 영감의 원천은 정말 다양해요. 예를 들어 Alvar 를 디자인할 때는, 풀(pool) 디자인을 몇 년 전부터 머릿속에 그리고 있었어요. 독일에서 열린 ASI 베를린 샵과 Fast Fingers  대회에 처음 갔을 때 여러 종류의 파크와 풀을 경험했는데, 그때의 기억들이 오랫동안 제 머릿속에 남아 있었죠. 실제로 풀을 디자인하고 제작할 타이밍이 왔을 때, 저는 그 경험들을 되살려 디자인에 반영했어요. 거기에 더해 저는 핀란드 건축가 알바 알토(Alvar Aalto)의 작품들을 오랫동안 좋아해왔는데, 그의 곡선형 디자인은 1970년대 캘리포니아 풀 스케이팅의 시초가 된 신장(kidney) 형태의 수영장 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죠. Alvar 라는 이름도 바로 거기서 따왔어요. 반면, 최근 출시한 제품인 Trivet 의 경우는 일상에서 관찰한 습관들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저는 피거보드 장애물을 수년간 모아왔지만, 그것들이 단지 핑거보딩을 할 때만 쓰이고, 평소엔 상자 속에 잊혀져 있는 현실이 조금 답답하게 느껴졌어요. 그 순간, 피거보드뿐 아니라 일상 속에서도 자연스럽게 활용될 수 있는 기능성 오브젝트 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걸 깨달았죠. 어느 날 주방에서 놀다가, 저희가 식탁에 뜨거운 팬이나 오븐 트레이를 올려놓기 위해 쓰던 코르크 받침대 가 아주 훌륭한 매뉴얼 패드(manual pad)가 될 수 있다는 걸 알아챘어요. 그 순간 머릿속에서 이걸 다양한 핑거보드 기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이 시작됐죠. 마침 집주인이 가스레인지를 교체해야 해서 철거했는데, 그 위에 있던 쇠로 된 고정 구조물(prong)이 임시로 레일로 쓰이던 경험도 떠올랐어요. 그때부터는 이 Trivet 을 단순한 매뉴얼 패드가 아니라, 그라인드 기물 로 상상하게 되었죠. 결국 제 디자인에 가장 큰 영감을 주는 건 열린 시선 이에요. 우리가 일상 속 오브젝트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그리고 그 주변 세계를 어떻게 경험하고 있는지를 관찰하는 게 제 디자인의 핵심적인 출발점입니다. Alvar Pool 의 디테일 샷 / 사진: Indy Miranda (NY)   새로운 기물을 디자인할 때 평균적으로 얼마나 걸리나요? 또, 전체적인 디자인 프로세스, 아이디어 구상부터 색상 선택까지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IM)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 때는 늘 예상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려요. 아이디어에 흥분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실제로 손에 들 수 있는 최종 오브젝트를 만들기까지는, 보통 몇 달 동안 하나의 생각을 곱씹는 시간 이 필요합니다. 사실상 디자인은 종이에 뭔가를 그리기 전부터 이미 시작되고 있어요. 아이디어는 종종 휴대폰 메모 앱이나 스케치북 어딘가에 적어둔 생각으로부터 시작되고, 몇 주 동안 머릿속을 계속 맴돌죠. Pastelle 이 제 전업 일이 아니기 때문에, 프로젝트마다 일부러 앉아서 아이디어 회의를 하는 경우는 드물어요. 대부분의 아이디어는 일상 속 여백 에서 떠오릅니다. 점심시간, 출퇴근길 기차 안, 샤워 중, 아니면 잠자기 직전 침대에 누워 있는 순간까지요. 이렇게 일상적인 관찰들이 디자인 프로세스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되고, 이 기간은 정해진 시간 없이 유동적으로 흘러가요. 충분히 아이디어를 생각해봤다 싶으면, 종이에 직접 스케치를 시작해요. 이 단계는 제일 좋아하는 부분이에요. 생각들이 종이 위에서 자유롭게 흘러나오고 눈앞에서 실체화되는 과정이 정말 좋아요. 이때의 디자인은 아직 유동적이고 계속 진화 중이에요. 사용하는 도구는 늘 정해져 있어요— 0.3mm 유니볼 펜 , 회색 마커 하나 (그림자용), 그리고 Pith 점선 스케치북 . 몇 가지 스케치에 만족하게 되면, 그다음은 실제 프로토타입 모델링  단계로 넘어가요. 이 과정은 스케일 감각을 잡고, 인체공학적 요소나 기능을 테스트할 수 있는 중요한 단계예요. 종이 상자를 잘라 핑거보드 기물을 만들면서, 예전 유튜브에서 Mike Schneider 가 우편 박스로 램프를 만들던 장면이 늘 떠올라요. 제가 그 프로토타입에서 핑거보딩에 몰입하고 있다면—그건 디자인이 옳다는 신호 예요. 마지막으로 CAD로 옮겨가고 , 제조를 위한 디테일을 다듬은 뒤 최초의 제작용 프로토타입 을 만듭니다. 이후에는 여러 번의 테스트와 피드백을 거쳐, 반복적으로 수정을 진행하면서 최종 결과에 다다르게 되죠. 사진: Indy Miranda (NY)   디자이너로서 보시기에, 어떤 디자인 스타일은 특정 브랜드에는 잘 어울리지만 다른 브랜드에는 맞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IM)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다고 생각해요. 저는 브랜드의 스타일은 그들의 가치관을 반영하는 것 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제가 집 안 환경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오브젝트 를 디자인하려 한다면, 일부러 아르데코(Art Deco) 스타일처럼 화려하고 색감이 강한 디자인 은 피할 수도 있어요. 즉, 디자인 스타일은 단순한 미적 선택이 아니라, 브랜드가 전하려는 메시지나 존재 방식 과 아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Alvar Pool 캐드 / 사진: Indy Miranda (NY)   디자이너는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제품 디자인에 어떻게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IM)  브랜드를 위한 디자인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건, 그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존중하고 , 디자인을 통해 핵심 가치를 드러내며 , 동시에 그 브랜드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 이라고 생각해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이해하는 일은 보통 리서치 단계에서 가장 먼저 이뤄져야 할 일  중 하나예요. 디자이너는 브랜드의 가치를 파악하기 위해, 그 브랜드가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그들의 과거 제품 아카이브를 깊이 들여다보며 헤리티지에 경의를 표하는 방식 을 사용할 수 있어요. 그리고 이 모든 요소들을 디자이너 자신의 시장에 대한 이해 와, 시대에 따라 변하는 인간의 필요에 대한 인식 을 통해 걸러내야 해요. 그럴 때 비로소 제품은 브랜드의 정체성을 담으면서도 현재와 미래에 유효한 디자인이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사진: Simon Cartledge (NY)   인디 님이 생각하는 ‘오래 지속되는 디자인’이란 무엇인가요? (IM)  이 주제에 대해서는 정말 에세이 한 편을 쓸 수 있을 만큼 할 말이 많지만, 간단한 비유를 통해 설명해볼게요. 우리 모두 살아가면서 한 번쯤은 ‘오랫동안 잘 만들어졌지만 당연하게 여겨지는 오브젝트’를 접한 적이 있을 거예요. 저는 그 예시로 나무로 만든 문 막이(door wedge)를 떠올려요. 이건 보통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아무런 저항 없이 자신의 역할을 완벽하게 반복 수행하는 오브젝트죠. 그런 오브젝트를 디자인할 때의 핵심은 아주 단순해요— 필요 최소한의 디자인으로, 완벽한 기능성을 갖춘 제품을 만드는 것. 그 결과는 이렇죠: 너무나 사용하기 쉬워서 사용하는 줄도 모르게 되는 오브젝트 너무 익숙해서 대체품으로는 절대 채워지지 않는 존재감 너무 잘 만들어져서 세대를 이어 자랑스럽게 물려줄 수 있는 오브젝트 저에게 있어 이런 오브젝트가 바로 오래 지속되는 디자인 입니다. Trivet 의 디테일 샷 / 사진: Indy Miranda (NY)   오늘날처럼 ‘트렌드’가 산업 전반을 지배하는 시대에, 디자이너는 어떻게 자기만의 고유한 디자인 스타일을 만들어가야 할까요? (IM)  저는 디자이너는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소비주의적 트렌드에 맞추거나, 자기 과시를 위한 제품을 만드는 유혹 은 피해야 하죠.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사실이 하나 있다면, 바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누구나 다르다는 것 이에요. 디자이너는 이 고유한 관점을 소중히 여기고, 그 안에서 자기만의 해석과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거기서 진짜 자신만의 디자인 스타일이 나오는 거죠. 물론 저는 삶의 질이나 지구 환경을 향상시키는 트렌드 —예를 들어 지속 가능한 소재와 제작 방식, 접근성을 높이는 디자인 같은 흐름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그런 트렌드는 따라야 할 가치가 있다고 믿어요. 사진: Indy Miranda (NY)   핑거보딩 외에 관심 있는 분야가 있다면 알려주세요—디자인 관련이든 아니든요! (IM)  저는 사진을 14년 넘게  계속 찍어오고 있어요. 그리고 여행하면서 다양한 문화를 관찰하는 것 , 박물관과 전시를 방문하는 것 , 건축을 바라보는 일 을 정말 좋아해요. 아, 그리고 저는 힙합 팬 이기도 합니다! 인디 미란다 (Indy Miranda) 인스타그램: @_ pastelle.uk

  • 톰 맥이나일리의 디자인 철학 - @purpleyorange

    좋은 아침입니다! (혹은 어떤 분들에겐 좋은 저녁일 수도 있겠네요!) 편집장 노아입니다. 오늘 새로운 주제의 첫 번째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디자이너의 철학 (Designer’s Ethos)’이 무엇인지 간단히 소개하고자 합니다. 제목에서 짐작하실 수 있듯이, 디자이너의 철학은 위아워아이의 새로운 카테고리로, 핑거보드 커뮤니티에 속한 디자이너들과의 대화를 통해 디자인과 관련된 주제들을 깊이 있게 다루는 시리즈입니다. 저 역시 핑거보드를 만드는 사람이자 디자인 애호가로서, 이 새로운 시리즈를 시작하게 되어 무척 설렙니다. ‘디자인’은 단지 제품의 외형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그 제품과 어떻게 소통하는지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또한 디자인은 우리가 새로운 제품을 처음 마주했을 때의 인상—전체적인 형태부터 색상 하나하나의 디테일까지—를 구성합니다. “왜 디자이너는 이 특정한 구성의 아트를 사용했을까?”, “왜 다른 색이 아닌 이 색을 선택했을까?” 같은 질문을 던지는 것은 디자인의 의미와 목적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스티브 잡스가 말했듯, “디자인은 단지 어떻게 보이고 느껴지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작동하는가이다.” 이 새로운 챕터를 시작하기 위해, 우리는 영국에서 활동하는 한 디자이너를 초대했습니다. 그의 이름은 톰 맥이나일리(Thom Mcinally)이며, 인스타그램에서는 @purpleyorange 라는 이름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톰은 Blackriver, Berlinwood, Bollie Fingerboards, 그리고 Arbeia 데크의 그래픽을 디자인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제 톰 맥이나일리의 디자인 철학을 소개합니다. 블랙리버 프로모델 "Thom McInally 2022"/ Blackriver-shop.com (NY)   핑거보드 그래픽 디자인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TM)  제 디자인 커리어는 핑거보드 블로그와 브랜드를 위한 아이덴티티를 만드는 것에서 시작됐어요. 초반부터 그래픽 작업도 하긴 했지만, 저는 언제나 좀 더 전체적인 시각에 더 관심이 많았어요. 어떤 강한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만 그래픽을 만들곤 했죠. (NY)   그래픽을 만들 기회는 보통 어디서 생기나요? (TM)  가끔은 제가 먼저 시작해요 — 어떤 그래픽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그걸 가지고 브랜드에 제안하죠. 반대로 어떤 때는 브랜드 쪽에서 먼저 제안을 주기도 하는데, 그럴 땐 시간을 들여 아이디어를 다듬고 그래픽을 만들어갑니다. (NY)   핑거보드를 위한 그래픽 디자인은 다른 매체들과 어떤 점이 다른가요?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하나요? (TM)  제일 먼저 생각해야 할 건 크기예요. 핑거보드는 굉장히 작은 물건이라, 스케이트보드처럼 복잡한 디테일을 많이 넣기엔 한계가 있어요. 물론 핑거보드에도 그런 디테일을 넣을 수는 있지만, 정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죠. 저는 항상 단순하게 생각하면서, 그래픽의 주제나 이미지를 최대한 강하게 전달하려고 합니다. 볼리 핑거보드 "Psychedelic" green / Blackriver-shop.com (NY)   그래픽 디자인에서 절대 사용하지 않는 요소가 있나요? (TM)  아니요, 모든 요소는 가능성이 있어요. 그래픽에 강한 아이디어가 있다면,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너무 뻔하거나 진부한(clichéd) 요소는 일반적으로 피하려고 해요. (NY)   그래픽에 대한 영감은 주로 어디에서 얻나요? (TM)  가끔은 프로젝트 자체에서 아이디어가 나와요. 예를 들어, Blackriver를 위해 일러스트레이터 Heather Hattrick과 함께 작업한 BamBOO 시리즈가 그랬어요. 그 프로젝트의 간단한 의뢰 내용은 ‘대나무로 만든 데크를 위한 그래픽을 디자인해달라’는 것이었고, 결국 유령 시리즈로 완성됐죠. 아이디어가 어디서 왔는지 감이 오시겠죠? 또 어떤 경우엔 그 브랜드에 깊이 몰입해서 아이디어를 찾아야 할 때도 있어요. 또는 제가 주도적으로 시작한 작업이라면, 먼저 제가 요즘 관심 있는 것들을 둘러봐요—음악, 예술, 건축 등 주변의 모든 것들에서요. 왜냐하면 결국 사람은 자신을 둘러싼 환경만큼의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하거든요. 블랙리버 핑거보드 BamBOO Series "Soulmates" / Blackriver-shop.com (NY)   가장 자랑스러운 그래픽 작업은 어떤 건가요? (TM)  저는 @Arbeiadecks를 위해 만든 초기 그래픽들이 가장 자랑스러워요. Arbeia는 시작할 때 다른 브랜드들이 사용하는 열전사 그래픽이나 실크스크린 인쇄 같은 공정에 접근할 수 없었어요. 대신 비닐 커터기를 사용해서 스텐실을 만들고, 그걸 데크에 직접 칠하는 방식이었죠. 제약이 굉장히 많았기 때문에 디자인을 아주 단순하게 해야 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랜드가 추구하는 방향성과 잘 맞는 그래픽을 만들어야 했죠. 그런 제한된 조건 속에서도 의미 있는 결과물을 만들 수 있었고, 그들의 출발에 도움을 줄 수 있어서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사진 출처: @arbeiadecks (NY)   새로운 그래픽 하나를 개발하는 데 평균적으로 얼마나 걸리나요? 그리고 그 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TM)  솔직히 말해서, 빠르면 몇 시간 안에 끝날 수도 있고, 몇 달이 걸릴 수도 있어요. 어떤 프로젝트는 1년 넘게 출시되지 않기도 하고요. 제가 12년 전에 만든 그래픽도 아직 출시를 기다리고 있는 게 있어요 [웃음]. 어떤 건 정말 빨리 진행되지만, 어떤 건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해요. 누군가가 저에게 의뢰를 하면, 먼저 시간 여유를 가지고 여러 가지 해결책을 구상해봐요. 그다음엔 아주 러프한 스케치를 보여줘요. 머릿속에 어떤 그림이 있는지를 느슨하게 전달해서, 그 브랜드에 맞는지, 클라이언트가 편하게 느끼는지를 확인하는 단계죠. 하나의 방향이 선택되면 그걸 본격적으로 발전시켜요. 때때로 일러스트레이터나 사진작가, 이미지 메이커들과 협업을 제안하기도 해요—아이디어를 더 풍부하게 만들기 위해서죠. 이후엔 다시 발전시키는 과정이에요.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최종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왔다 갔다 하면서 조율합니다. (NY)   지금까지 가장 빠르게 작업한 그래픽은 어느 정도였나요? (TM)  한 시간 정도였던 것 같아요. 어떤 회사들은 정말 명확하고 구체적인 요청을 주거든요. 그럴 땐 금방 나와요. (NY)   핑거보드 씬에서 상징적인 그래픽이라고 생각되는 건 어떤 게 있나요? (TM)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BlackRiver의 해골 그래픽이에요. 수년간 이어져 온 그래픽이고, 매번 새로운 버전이 나와도 같은 시리즈의 일부로 남아 있죠. 그건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거고, 바뀌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이제 막 씬에 들어온 사람에게도, 20년 가까이 있어 온 사람에게도 의미가 있는 그래픽이죠. 물론 이건 굉장히 큰 브랜드의 사례고요. 작은 브랜드 중에는 Flint의 로고 시리즈도 상징적이에요. 그들은 스타일을 계속 새롭게 시도하고 있어서 제 입장에선 정말 흥미로워요. 또 다른 예시로는 Woob가 있어요—스타일링보다는 그들이 선택한 표현 방식 때문이에요. Woob는 항상 핸드페인팅 데크를 만들었고, 그 방식이 너무 훌륭해서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느껴져요. 제가 아는 한, 그런 방식을 처음 시도한 브랜드 중 하나였어요. 사진: Thom Mcinally (NY)   디자이너님의 작업물은 트렌드에 얼마나 영향을 받고, 또 얼마나 디자이너님만의 스타일에 기반하나요? 그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맞추나요? (TM)  저는 트렌드를 직접적으로 의식하진 않지만, 어느 정도 영향을 받는 건 분명할 거예요. 하지만 누군가의 그래픽을 보고 ‘나도 저걸 해야겠다’라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트렌드는 디자인의 출발점이 될 수는 있겠지만, 끝점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디자인은 항상 더 발전하고 밀고 나가야 하니까요. 전반적으로 저는 그래픽에 제 개인적인 스타일을 너무 강하게 담는 걸 좋아하진 않아요—아마도 브랜드 아이덴티티 작업을 많이 해서 그런 것 같아요. 저는 최대한 유연하게 작업하려고 해요. BlackRiver처럼 글로벌한 브랜드부터 Arbeia처럼 지역 기반의 브랜드까지 폭넓게 작업할 수 있도록 말이죠. 그렇긴 해도, 제 작업에서 반복적으로 드러나는 저만의 특징 같은 건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손으로 직접 무언가를 만드는 걸 정말 좋아하거든요. 예를 들어, Blackriver를 위해 만든 ‘Save the Scene’ 그래픽은 종이를 찢어서 만든 다음 그걸 사진으로 찍고, Adobe Illustrator에서 벡터화한 거예요. 아마 많은 분들이 그 그래픽이 그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다는 걸 모르실 거예요. 하지만 그 아이디어를 제대로 표현하려면 꼭 그렇게, 손으로 작업해야만 했어요. 비핑거보드 프로젝트에서도 비슷한 방식을 써본 적이 있고, 시간이 지날수록 저만의 스타일이 조금씩 형성되고 있는 것 같아요—디자이너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서 그 사이의 경계를 걸어가고 있는 느낌이죠. 블랙리버 핑거보드 "Save The Scene" / Blackriver-shop.com (NY)   앞으로 그래픽 디자인을 할 때 AI가 어떤 역할을 하게 될 것 같나요? 디자이너들에게 기회를 만들어준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니면 빼앗는다고 보시나요? (TM)  우선 AI는 ‘도구’로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무언가를 디자인할 때 최종 결과물로 사용되어선 안 된다고 봅니다. 이건 기업들도 꼭 그렇게 인식해야 해요. 제 작업에서도 AI를 빠르게 비주얼화할 때 사용해요—제가 어떤 결과를 만들고 싶은지 설명할 때 도움이 되거든요. 핑거보드 그래픽도 마찬가지예요. 저한테 AI는 스케치북처럼, 아이디어를 표현하는 보조 수단이에요. AI가 디자이너들에게 기회를 주는지, 혹은 빼앗는지는 결국 회사의 결정에 달려 있어요. 만약 어떤 회사가 AI를 단순히 비용 절감 수단으로만 본다면, 그건 안 좋은 방향이고, 그런 회사의 그래픽 퀄리티도 그에 따라 나빠질 거예요. 사실 스케이트보드 업계에서도 이미 그런 흐름이 보이고 있죠. AI는 그냥 무언가를 “뱉어내는” 도구일 뿐이지, 디자이너처럼 깊이 있게 “소화”해서 결과를 만들어내지는 못해요. 톰 맥이나일리 (Thom Mcinally) 인스타그램: @purpleyorange

  • 플린트 수집의 어나더 레벨 - @kevinmbyrd

    안녕하세요, 편집장입니다. 오늘도 ‘수집가의 감상’ 시리즈에 오신 걸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미국 콜로라도 출신의 또 다른 핑거보드 애호가의 이야기를 소개하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그의 이름은 케빈 M. 버드(Kevin M. Byrd)입니다. 그는 제가 꽤 오랫동안 개인적으로 알고 지낸 소중한 친구이자, Word Decks 시절부터 제 데크 제작 여정을 아낌없이 응원해준 분이기도 합니다. 그는 핑거보드뿐만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장인 정신 하나하나에 진심을 담는 열정적인 사람입니다. 지금부터는 케빈이 핑거보드에 품은 애정의 이야기, 그리고 그 배경을 들려드릴게요. 사진: Kevin M. Byrd (NY)   독자분들께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KB)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케빈이고요, 34살입니다. 지금은 미국 콜로라도의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멋진 아내, 그리고 우리 아들과 함께 살고 있어요. (NY)   핑거보드를 처음 접한 건 언제, 그리고 어떻게였나요? (KB)  처음 핑거보드를 알게 된 건 초등학교 때였어요. 테크덱이 유행하던 시기였죠. 원래 액션 스포츠를 좋아하던 터라 자연스럽게 관심이 갔고, 여러 개를 모았어요. 다만 그 당시엔 플립 트릭 같은 건 전혀 못 했죠—그냥 가지고 노는 수준이었어요. 그러다 몇 년간 이 취미에서 멀어졌고, 다시 손에 쥔 건 아마 2015년쯤이었어요. 그때도 그냥 테크덱으로 시작했죠. 그러다 인스타그램 덕분에 나무로 만든 데크가 있다는 걸 알게 됐고, 솔직히 처음엔 그걸 굳이 돈 주고 사야 할까 싶었어요. 그렇게 큰 차이가 있을까 의심도 들었고요. 하지만 결국 저도 많은 사람들처럼 무너졌고, P-rep의 우든 데크를 하나 사봤죠. 그리고 그 순간 정말 눈이 번쩍 뜨였어요—차이가 엄청났거든요! 그때부터 이 취미는 단순한 놀잇감을 넘어서, 지금의 많은 소중한 친구들을 만나게 해준 문이 되어주었어요. 사진: Kevin M. Byrd (NY)   케빈님의 첫 셋업은 어떤 것이었나요? (KB)  처음에는 텍덱(Tech Deck)으로 시작했고, 그다음엔 P-rep 셋업이었어요. 제가 생각하는 첫 “프로급” 셋업은 옐로우우드(Yellowood) 데크에 x5 Ytrucks, 그리고 같은 브랜드의 휠 조합이었죠. (NY)   핑거보드 수집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KB)  처음 다시 핑거보드를 시작했을 땐, 테크덱을 모았어요. 아마도 그땐 추억에 대한 향수 때문이 컸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점점 핑거보드 세계에 더 깊이 빠져들면서,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들을 써보고 싶은 욕구가 생기더라고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수집이 시작됐어요, 하하. 사진: Kevin M. Byrd (NY)   현재 컬렉션에는 몇 개의 핑거보드가 있나요? (KB)  대략 130개에서 140개 사이쯤 되는 것 같아요. 아직 전부 다 전시하지는 못했지만 조금씩 정리해 나가고 있어요. (NY)   왜 핑거보드를 수집하시나요? (KB)  어떤 제품을 받아봤을 때, 그 안에 담긴 정성과 시간, 장인 정신이 그대로 느껴지면—그 자체로 그 아이템에 대한 완전히 새로운 감사를 갖게 돼요. 저는 그런 제품들이 실용적인 동시에 예술 작품처럼 느껴져요. 기능성도 있고, 아름다움도 있고요. 그리고 예술을 수집하는 걸 싫어할 사람이 있을까요? 사진: Kevin M. Byrd (NY)   컬렉션에 제품을 추가할 때, 브랜드나 제품에서 어떤 점을 중요하게 보시나요? (예: 품질, 역사 등) (KB)  저에게 가장 중요한 건 결국 장인 정신과 퀄리티예요. 장인 정신은 말하지 않아도 제품 자체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죠. 하지만 ‘퀄리티’는 단순히 제품의 완성도만을 의미하진 않아요. 제 기준에서 퀄리티는 여러 요소들을 포함해요. 예를 들면, 브랜드만의 스타일이라든지, 고객과의 소통 방식,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대응하는지, 그리고 커뮤니티에 어떤 방식으로든 환원하려는 의지가 있는지—단순히 빠르게 돈을 벌려는 태도가 아닌가 하는 점들도요. 이런 전반적인 태도와 정신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사진: Kevin M. Byrd (NY)   케빈님의 컬렉션 중에서 가장 의미 있는 제품은 무엇인가요? (KB)  저희 아들이 태어났을 때, 아내가 선물해준 데크가 있어요. 그건 플린트(Flint Ltd)의 로즈(@flint_ltd)가 제작한 건데, 정말 특별하고 저에게 큰 의미가 있는 데크예요. 그걸 받았을 때 정말 말 그대로 감동 그 자체였어요. 아직도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있어요. (NY)   마지막으로, 이제 막 컬렉션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요? (KB)  조급해하지 마세요. 단순히 유행이나 ‘하입’ 때문에 사는 게 아니라, 브랜드와 제품 자체에 대한 진심 어린 애정으로 수집하는 걸 추천드려요. 그렇게 모은 컬렉션은 훨씬 오래도록 의미 있게 남을 거예요. 케빈 버드 (Kevin M. Byrd) 인스타그램: @kevinmbyrd

  • 스위스의 한 수집가 - @this_is_lionel

    안녕하세요, 편집장입니다. 저희 위아워아이를 다시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수집가의 감상’의 또 다른 에피소드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오늘 에피소드에서는 또 한 명의 핑거보드 애호가를 모셨습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그가 제 좋은 친구라는 점이에요. 스위스에서 온 라이오넬 세르케(Lionel Serquet), 인스타그램에서는 @this_is_lionel이라는 이름으로 알고 계실지도 모르겠네요. 라이오넬은 사진, 리그 오브 레전드, 그리고 일렉트로닉 음악을 사랑하는 탐험가입니다. 지금부터는, 라이오넬이 핑거보드에 품은 애정의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사진: Lionel Serquet (NY)   독자분들께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LS)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라이오넬이고, 스위스에서 왔습니다. 현재 27살이고, 표면 처리(surface treatment) 회사에서 일하고 있어요. (NY)   핑거보드를 어떻게, 그리고 언제 시작하게 되셨나요? (LS)  아마 대부분이 그랬겠지만, 저도 학교에서 수업 시간에 선생님 말씀 대신 테크덱(TechDeck)으로 놀면서 시작했어요. 그리고 유튜브에서 영상도 정말 많이 봤는데, 그게 트릭을 배우거나 수제 램프를 만들어서 시작하는 데 큰 도움이 됐죠. 사진: Lionel Serquet (NY)   라이오넬님의 첫 셋업은 어떤 것이었나요? (LS)  처음 셋업은 당연히 텍덱(TechDeck)이었어요. 그러다 제 친한 친구가 Close-up 보드를 가지고 있어서 저도 한 번 써보고 싶었죠. 그런데 솔직히 별로였어요. 쉐입이 너무 깊어서 오히려 예전 테크덱이 더 나은 것 같더라고요. 그래도 이 작은 물건이 주는 즐거움에는 정말 감탄했어요. 그러던 중 크리스마스에 할머니께서 제 첫 베를린우드(Berlinwood)를 선물해주셨어요. 29mm 블랙리버 트럭(Black River trucks)과 윙클러 휠(Winkler wheels) 세팅이었죠. 그래픽은 주황색 포른스톰(PornStorm)이었는데, 아직도 제가 가장 좋아하는 그래픽 중 하나예요. 그 셋업은 제 인생을 바꿨어요. 핑거보드에 대한 인식도 완전히 달라졌죠. 그 셋업 덕분에 모든 트릭이 훨씬 더 쉽게 느껴졌어요. 사진: Lionel Serquet (NY)   핑거보드를 수집하게 된 계기를 들려주실 수 있으신가요? (LS)  2015년에 인스타그램에서 Frostie를 팔로우하기 시작하면서 수집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어요. (제 생각에 이 친구는 지금도 역대급 컬렉션을 가진 사람이에요.) 그 시기에 저는 견습 생활을 막 시작했었고, 수집을 위해 조금씩 돈을 벌기 시작했죠. 지금 가지고 있는 컬렉션도 그렇게 모으기 시작한 거예요. (NY)   현재 컬렉션에는 몇 개의 핑거보드가 있으신가요? (LS)  지금 제 컬렉션에는 대략 200개의 데크가 있어요. 하지만 트럭은 20세트, 휠은 45세트 정도밖에 없어요. 보드 사진을 찍을 때마다 그때그때 바꿔서 사용하는 편이죠. 실제로 다 쓰지도 않을 트럭을 200세트나 사는 건 돈 낭비잖아요. 또 어떤 분들이 물어보시는데, 저는 트럭 색을 데크나 휠과 잘 어울리게 스프레이로 직접 도색하기도 해요. (금속용 스프레이 페인트를 사용합니다!) (NY)   왜 핑거보드를 수집하시나요? (LS)  이 여정을 시작했고, 아직 끝날 이유가 없기 때문이에요. 저에게는 정말 큰 의미를 가진 취미고, 인생의 중요한 일부예요. 모든 데크는 저마다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그리고 저는 브랜드에 대해 이야기하고, 경험을 나누고, 핑거보드 세계와 관련된 모든 것에 대해 다른 사람들과 얘기 나누는 걸 정말 좋아해요. 사진: Lionel Serquet (NY)   새로운 보드를 컬렉션에 추가할 때, 제품이나 브랜드에서 어떤 요소를 중요하게 보시나요? (예: 품질, 역사 등) (LS)  저는 희소성과 장인 정신, 그리고 각각의 데크에 담긴 노력과 정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브랜드마다 고유한 방식과 서로 다른 제작 철학이 있잖아요. 그런 차이점들이 참 흥미롭죠. 그리고 물론, 구하기 어려울수록 그만큼 수집 가치도 높아지는 것 같아요. 그런 점들이 컬렉션을 더 특별하게 만들어줘요. 사진: Lionel Serquet (NY)   라이오넬님의 컬렉션 중에서 가장 의미 있는 제품은 무엇인가요? (LS)  2014년에 처음 베를린의 블랙리버 샵(Black River Shop)을 방문했을 때, 할머니께서 사주신 빨간색 Prete 데크예요. 저에게는 정말 특별한 추억이 담긴 보드죠. (NY)   이제 막 컬렉션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조언해준다면요? (LS)  일단 돈 관리를 잘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모든 돈을 보드에 쏟아붓는 건 그리 좋은 선택은 아닐 수 있어요. 그리고 규모가 작더라도 소규모 브랜드들에게도 기회를 줘보세요. 마지막으로, 아무리 멋진 제품이라고 해도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다면 그냥 사지 마세요. 그게 수집용으로 귀한 물건이라 해도요. 결국 자기만의 취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NY)   마지막 질문이에요. 핑거보드를 제외하고, 본인은 어떤 사람인가요? (LS)  저는 차분한 성격이고, 친구들과 가족, 그리고 직장 동료들에게 항상 진심을 다해요. 무언가를 시작하면 끝까지 해내고, 최선을 다하는 편이에요. 어머니와 여동생이 제가 좋은 교육을 받고, 좋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많은 걸 가르쳐주셨어요. 지금의 제 삶에서 바꾸고 싶은 건 하나도 없어요. 여가 시간에는 외출해서 새로운 장소를 탐험하는 걸 좋아하고, 사진 찍는 것도 정말 좋아해요. 리그 오브 레전드를 즐겨 하고, 제가 정말 아끼는 고양이와 시간을 보내는 것도 큰 행복이에요. 그리고 제가 가장 사랑하는 건 음악이에요. 특히 일렉트로닉 장르라면 뭐든 좋아해요. 라이오넬 세르케 (Lionel Serquet) 인스타그램: @this_is_lionel

  • 크루징의 즐거움 - 시몬 코지츠카, 크루저 조이

    이번 ‘장인의 집념 (Maker’s Insight)’ 에피소드에서는 슬로바키아 반스카 비스트리차(Banská Bystrica)에서 활동하는 한 장인을 모셨습니다. 그의 이름은 시몬 코지츠카(Simon Kozicka), 크루저 조이(Cruiser Joy)의 창립자이자 운영자입니다. 시몬은 독특한 크루저 형태의 데크를 다양하게 제작하며, 하나하나가 예술 작품처럼 빛나는 퀄리티를 자랑합니다. 그의 작업은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독창적이며, 핑거보드 커뮤니티에 선보이는 컬렉션들은 정말 인상적입니다. 지금부터는 크루저 조이의 시몬이 들려주는 이야기와 그의 인사이트를 소개합니다. (NY)   저희 독자분들께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SK)  제 이름은 시몬 코지츠카(Simon Kozicka)이고, 크루저 조이(Cruiser Joy)의 창립자이자 운영자입니다. 저는 현재 슬로바키아 반스카 비스트리차에 거주 중이며, 나이는 34살입니다. 시몬 코지츠카 (Simon Kozicka), 크루저 조이 창립자 / 사진: Marek Veleba (NY)   ‘Cruiser Joy’라는 이름은 어디서 유래된 건가요? (SK)  사실 이름만 들어도 어느 정도 느낌이 오지 않나요? 특별한 해석이 필요한 건 아닌 것 같아요, 하하. 그래도 그때 기억을 한번 떠올려볼게요. 이 이름을 짓기 전에 두세 개쯤 다른 이름들을 고민했었어요. 당시 저는 핑거보드 세계와 인스타그램 커뮤니티에 막 입문한 상태였고, 브랜드 이름을 생각 중이었죠. 그때 우연히 알게 된 브랜드가 바로 ‘Joycult’였는데, “이름 진짜 멋지다”라고 생각했어요. 그걸 계기로 저도 이름에 ‘joy’라는 단어를 꼭 넣고 싶었어요. ‘Cruiser’라는 단어는 자연스럽게 떠올랐어요. 다양한 형태의 데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이미 하고 있었거든요. 사진: Marek Veleba (NY)   핑거보드를 만들기 시작한 건 언제, 그리고 왜였나요? (SK)  이 모든 건 초등학교 때 시작됐어요. 그때 친구들이랑 플라스틱이나 금속판에 사포를 붙여서 트럭도, 휠도 없이 데크를 만들곤 했죠. 지금 돌이켜보면, 그 시절이 제게 데크 제작이라는 아이디어의 씨앗을 심어준 것 같아요. 시간이 훌쩍 지나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에 들어가면서 제가 사용할 수 있는 재료들과 CNC 같은 기계들이 생기게 됐어요. 그래서 제 몰드를 직접 만들 수 있었죠. 그 즈음에 스마트폰도 처음으로 장만했는데, 바로 인스타그램에 빠져버렸어요. 핑거보드 커뮤니티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보는 게 너무 재밌었고, 동시에 시장에 어떤 빈틈이 있는지 조사하는 도구로도 활용했어요. 제가 한때 “성공적인” 스케이트보드 커리어를 가졌었기 때문에, 크루저 모양 데크에 익숙했어요. 스케이트보드를 탈 때마다 저는 트릭보다는 데크의 쉐입, 컨케이브, 베니어 조합 같은 걸 유심히 관찰하곤 했죠. 그 다양한 형태들과 창의력에 완전히 매료됐어요. 그런데 핑거보드 세계에서는 그런 다양성, 특히 크루저 형태는 별로 보이지 않았어요. 그래서 그게 제 아이디어의 출발점이 됐어요. 그 시장의 빈틈을 발견했고, 2017년 5월, 제 첫 번째 공식 크루저 조이 콜렉션을 출시하게 됐죠. 사진: Marek Veleba (NY)   시몬님의 예술적 영감은 어디에서 오나요? (SK)  쉐입에 관해서는 대부분 스케이트보드 세계에서 영감을 받아요. 예를 들어, 제가 처음 만든 쉐입인 ‘Piglet’은 Polar Skate Co.의 ‘Beast’ 쉐입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그다음으로 만든 건 아마 ‘Snapper v.1’인데, 이건 ‘Piglet’과는 대조되는 느낌으로 구상했어요. ‘Old Rat’은 올드스쿨 피쉬테일 데크에서 착안한 쉐입이에요. ‘Sushi’랑 ‘Luna’는 데크 제작을 시작할 무렵 알게 된 친구들의 아이디어에서 나왔고요. 그리고 제가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자연스러운 베니어의 아름다움을 살리는 거예요. 그래픽으로 덮지 않고 그대로 보여주는 걸 좋아하죠. 물론 풀딥(full-dipped) 데크처럼 색으로 덮이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경우에도 색이 닳아가면서 밑에 있던 베니어 질감이 드러나는 걸 기대해요. 그게 바로 ‘JOY’ 화이트 풀딥 데크의 아이디어였어요. 이제 로고 얘기를 하자면, 그것도 제가 직접 디자인했어요. 지금까지 크루저 조이의 메인 그래픽 테마로 사용되고 있고, 로고의 타이포그래피는 사이키델릭/스토너 록 음악의 그래픽 디자인과 레터링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Earthless’라는 밴드나 아티스트 앨런 포브스(Alan Forbes)를 찾아보시면 어떤 느낌인지 감이 오실 거예요. 원형 구성을 사용하는 건, 원이라는 기본적인 도형이 어디에나 쉽게 조합될 수 있는 시각적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NY)   새로운 컬렉션을 만드는 과정을 아이디어 구상부터 출시일까지 설명해 주세요. (SK)  새 컬렉션을 만들 때 가장 어려운 부분 중 하나는 어떤 베니어 조합을 사용할지 결정하는 거예요. 커스텀 데크 제작이나 다른 작업들로 바쁠 때는, 마음에 드는 조합을 찾는 데 며칠씩 걸릴 때도 있어요. 때로는 테스트용 데크를 몇 개 만들어보고 결정하기도 하는데, 그 테스트 데크들은 나중에 이벤트 지원 패키지로 보내기도 하죠. 올바른 베니어 조합을 정하면, 그 배치(batch)에 필요한 양만큼 베니어를 준비하고, 하나씩 프레싱을 해요. 모든 데크가 몰드에서 나올 때까지는 쉐이핑을 시작하지 않아요. 그동안에는 커스텀 데크 작업을 병행하죠. 쉐이핑 과정은 데크마다 원하는 쉐입을 그리는 것부터 시작돼요. 그다음 코핑쏘(coping saw)를 사용해서 큰 모양을 대략적으로 잘라내고, 새로 장만한 디스크 샌더로 윤곽선에 더 가까운 모양으로 다듬어요. 여기까지는 빠르지만 다소 거친 과정이고, 이후에는 손으로 다듬는 작업이 들어가요. 이게 가장 중요한 단계이자, 시간도 가장 많이 드는 작업이죠. 다양한 사포를 붙인 나무 조각, 제 눈과 손, 대칭을 맞추기 위한 캘리퍼, 그리고 실루엣을 정확히 보기 위한 책상 조명이 이 과정의 도구예요. 그다음 단계는 엣지를 부드럽게 둥글리는 건데, 두 단계로 나뉘어요. 첫 번째는 사면 처리(chamfering), 두 번째는 라운딩 작업이에요. 플랫한 면은 허용되지 않아요. 눈으로 봐도, 손으로 만져도 부드러워야 하니까요. 전체 쉐이핑 작업은 준비하는 데크 수에 따라 3일에서 5일, 많게는 그 이상 걸릴 수도 있어요. 그다음은 상판에 로고를 레이저 인그레이빙하고, 어떤 경우엔 하판에도 그래픽을 새겨요. 다음은 클리어 코팅인데, 이 과정도 며칠이 걸려요. 여러 겹으로 코팅하고, 각 층마다 건조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하지만 이건 정말 흥미로운 과정이에요. 코팅을 시작하면 나무의 컬러와 질감이 살아나기 시작하거든요. 각 층의 개성이 확 드러나는 순간이죠. 매번 마법 같아요. 나무 결 하나하나가 다 다르기 때문에, 어떤 데크도 완전히 똑같지 않아요. 마지막 단계는 하판 로고나 그래픽을 얇은 스프레이로 입히는 거예요. 이 과정도 건조 시간이 필요하죠. 만약 하판 그래픽이 인그레이빙 방식이라면, 고객이 원하는 색으로 채워넣기도 해요. 이 모든 과정을 하면서 동시에 소셜 미디어 스토리에 제작 과정의 스니크 피크 사진들을 올려요. 출시일이 다가오면, 언제 출시되는지 날짜와 시간을 안내하는 포스트를 준비하고, 완성된 제품 사진도 함께 공유합니다. 사진: Marek Veleba (NY)   크루저 조이와 핑거보드는 시몬님의 삶에서 어떤 의미인가요? (SK)  제 삶 그 자체예요. 말 그대로요. 지금은 이것만 하고 있고, 특히 작년 9월에 직장을 그만두고 데크 제작에만 전념하면서 더 그렇게 됐어요. 제 인생에서 가장 잘한 선택 중 하나였고, 이 기회를 얻을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핑거보드 커뮤니티는 정말 멋지고 따뜻한 곳이에요. 이 작은 나무 조각 덕분에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깊은 인연을 맺을 수 있었어요. (NY)   크루저 조이 외에, 사람으로서의 시몬은 어떤 사람인가요? 핑거보드 외에 어떤 취미나 관심사가 있나요? (SK)  운동이 또 하나의 취미예요. 칼리스테닉스, 보디빌딩, 그리고 가끔 요가도 해요.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아해요. 날씨가 따뜻할 땐 하이킹을 하고, 겨울엔 산에서 옆으로 미끄러지는 걸 즐겨요—즉, 스플릿보딩과 스노보딩이죠. (NY)   마지막으로, 독자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SK)  그동안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팬들, 친구들, 고객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특별한 감사는 마틴 벡만(Martin Beckmann)과 바스티안 슈테겐(Bastian Stegen), 즉 FingerboardTV에게 전하고 싶어요. 아마 그분들이 없었다면 저는 지금 이 자리에 없었을 거예요. 모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시몬 코지츠카 (Simon Kozicka) 인스타그램: @cruiserjoy_fingerboards

  • 제라미 헤스팅스 - @midnight_arcade

    ‘수집가의 감상 (Collector’s Appreciation)’ 첫 번째 이야기로, 저희는 미국 콜로라도에 사는 친구를 초대했습니다. 그의 이름은 제라미 헤스팅스(Jeramy Hastings)이며, 인스타그램에서 @midnight_arcade 로 알고 계실지도 모릅니다. 그는 핑거보드 수집가이자 열성 팬이며, 한 아이의 아버지이기도 합니다. 다음은 제라미가 핑거보드에 애정을 갖고 수집을 시작하게 된 이야기입니다. 사진: Jeramy Hastings (NY)   독자분들께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JH)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제라미 헤스팅스(Jeramy Hastings)입니다. 저는 미국 콜로라도 남동부 출신이에요. 현재 Woob와 Bonk Benches 팀에서 활동 중입니다. (NY)   핑거보드를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JH)  2004년에 텍덱을 처음 접했어요. 저는 원래 미니어처나 작은 물건들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미니 스케이트보드라는 개념이 정말 마음에 들었죠. 그러다 2006년에 실제 스케이트보드를 타기 시작하면서, 테크덱 외에도 다양한 핑거보드 브랜드들을 알게 되었어요. 2008년쯤, 저랑 같이 스케이트 타던 친구가 하루는 공원에 자작 나무 보드를 들고 나왔는데, 그 셋업에 놀리 헤비 메탈(Nollie Heavy Metal) 휠이 달려 있었어요. 그게 제가 핑거보드에 베어링 휠이 있다는 걸 처음 본 순간이었죠. 그날 세션이 끝난 뒤, 집에 가서 유튜브에 “프로 텍덱하는 법(pro tech decking)” 같은 걸 검색해봤고, 그 순간부터 완전히 빠져들었어요. 핑거보드 관련 영상을 죄다 찾아봤고, 정말 모든 게 너무 신나고 재밌었어요. (NY)   처음 사용한 셋업은 어땠나요? (JH)  처음으로 정말 괜찮다고 느낀 셋업은 테크덱 컴페티션 시리즈였어요. 킥 부분을 불로 지져서 약간 더 높게 만든 거였죠. 그러고 나서 돈을 모아서 처음으로 베를린우드(Berlinwood)를 샀어요. 그 보드에는 테크덱 롱보드 트럭이 달려 있었고, eBay에서 산 정체불명의 베어링 휠을 달았었죠. 다행히 그 베를린우드는 아직도 가지고 있어요! 사진: Jeramy Hastings (NY)   핑거보드를 수집하게 된 계기를 들려줄 수 있나요? (JH)  어릴 때는 제가 갖고 싶었던 핑거보드 용품들을 살 돈이 별로 없었어요. 그래서 핑거보드 관련 물건을 얻을 수 있는 기회는 거의 크리스마스나 생일 정도뿐이었죠. 그러다 2016년에 다시 씬으로 돌아왔을 때, 정말 많은 새로운 브랜드들과 고퀄리티 제품들이 나와 있어서 충격을 받았어요. 더 이상 블랙리버(Blackriver), 베를린우드(Berlinwood), 플랫페이스(FlatFace), 옐로우드(Yellowood)만 있는 게 아니었죠. 당시에는 직장도 있었기 때문에, 어릴 적 갖고 싶었던 것들을 하나씩 사 모으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그 이상도요. (NY)   왜 핑거보드를 수집하나요? (JH)  핑거보드를 수집하는 이유는, 모두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만들기 때문이에요. 핑거보드를 만드는 데에는 정말 다양한 기법들이 있고, 사람마다 예술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게 너무 좋아요. 그래픽 스타일도 정말 다양하고, 각자 그래픽을 적용하는 방식도 제게는 항상 흥미로워요. 또 제가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의 보드들을 중심으로 수집하는 경향도 있어요. 사진: Jeramy Hastings (NY)   지금까지 수집한 핑거보드는 몇 개나 되나요? (JH)  지금 제 컬렉션에는 대략 222개의 보드가 있어요. (NY)   새로운 보드를 수집할 때, 어떤 요소들(예: 품질, 브랜드 역사 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나요? (JH)  제일 먼저 보는 건 그래픽이나 바텀 플라이(하판 무늬)가 제 취향에 맞는지예요. 보통 제가 원래 좋아하던 브랜드라면, 퀄리티는 그 다음 요소로 생각하게 돼요. 만약 잘 모르는 브랜드인데 그래픽이 진짜 멋지면 일단 하나 사보죠. 그 후에 품질이 별로면 그걸로 끝이에요. 하지만 퀄리티가 좋다면, 계속 지지하고 수집하게 돼요. (NY)   제라미님의 컬렉션 중에서 가장 의미 있는 제품은 무엇인가요? (JH) 와, 그건 정말… 친구들이 선물해준 보드들이나 저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보드들이요. 그건 지금까지 모은 다른 핑거보드 기어들도 마찬가지예요. 누가 저를 위해 만들어줬거나, 선물로 받은 거라면 저는 아직도 그걸 간직하고 있고, 정말 소중하게 여기고 있어요. 사진: Jeramy Hastings (NY)   이제 막 자신만의 컬렉션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요? (JH)  네, 있어요. 나중에 그 제품을 비싸게 되팔겠다는 생각으로 수집을 시작하지 마세요. 핑거보드에 대한 사랑과 열정으로 수집하세요. 만약 정말 좋아하는 브랜드가 있다면, 여유가 될 때 그들의 제품을 사면서 조금씩 모아보세요. 퀄리티 있는 제품을 만들고, 독창성을 보여주는 브랜드들을 응원하세요.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 을 지지하세요. 다른 사람 말고요. (NY)   마지막 질문이에요. 핑거보드를 제외하고, 본인은 어떤 사람인가요? (JH)  핑거보드를 제외하고 가장 중요한 제 정체성은 '아빠'예요. 제 아들은 제 전부입니다. 우리는 뭐든 함께 해요! 다행히도,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도 핑거보드에 관심을 갖게 됐고, 제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무언가를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게 너무 기뻐요. 그리고 저는 공포 영화랑 헤비 메탈을 정말 좋아해요. 사실 그런 취향 덕분에 핑거보드 씬 안에서도 친구들을 많이 사귀었어요. 저랑 같은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얘기 나눌 수 있는 건 언제나 짜릿하죠. 제라미 헤스팅스 (Jeramy Hastings) 인스타그램: @midnight_arca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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