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 미란다의 디자인 철학 - 파스텔
- Noah Yang

- 2024년 4월 2일
- 8분 분량
오늘은 @_Pastelle.uk의 창립자, 인디 미란다 (Indy Miranda)와의 대화를 전해드립니다. 인디는 영국 출신의 산업 디자이너이자, Alvar Pool과 같은 핑거보드 기물을 디자인하고 직접 제작하는 제작자이기도 합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디자인, 장인정신, 그리고 피거보딩에 대한 이야기를 정말 깊이 있게 나눴어요.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우리가 이 콘텐츠를 만들면서 느꼈던 즐거움을 함께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인디 미란다의 디자인 철학을 함께 알아가 볼까요?

(NY) 핑거보드 기물 디자인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IM) 대학교에서 산업디자인 2학년이 시작될 무렵, 디지털 디자인 수업에서 3D 오브젝트를 만드는 짧은 과제를 받았어요. 그때 저는 이미 10년 넘게 핑거보딩을 해오고 있었고, 언젠가는 제 보드를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었죠. 그래서 그 기회를 활용해 CAD 소프트웨어와 3D 프린터를 사용해 보드 쉐이프를 디자인하고 프로토타입을 만들기 시작했고, 그게 바로 Pastelle의 시작이었습니다.
그게 제 인생 첫 진짜 반복 설계(iterative design) 경험이었어요. 처음 몇 달 동안은 잠도 못 자고 몰입 상태로 작업했죠. 보드를 만드는 데 필요한 기술을 배우는 동시에 디자인 프로세스를 하나하나 알아가는 과정이었어요. 하나의 오브젝트를 다양한 버전으로 직접 만들어보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를 해결해가는 경험은 정말 중독성이 강했어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코로나19로 인해 공방 사용이 중단되면서 그 프로젝트는 멈춰야 했고, 저는 학생 기숙사에 갇힌 채 그 몰입 상태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만 품고 있었죠.
그 후 3년간 졸업을 하고, 산업 디자이너 존 그린(John Green)과 함께 일하며 경력을 쌓았어요. 그러다 런던으로 이사하면서 본격적으로 제 커리어의 다음 단계를 밟고자 기존 디자인 직장을 그만두었습니다. 바로 그 시점에 영국의 핑거보드 브랜드들—Cartwheels, Axe Ramps, Arbeia가 잉글랜드 남부 해안에서 작은 피거보드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었고, 저는 그 기회를 통해 다시 몰입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을 거란 희망을 품게 됐어요.
사실 2019년에 제 친구 마우로 카사스(Mauro Casas)와 함께 ASI 베를린 샵에 갔을 때부터 핑거보드 풀(pool)을 디자인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거기서 Crazyleg 풀을 타보고 완전히 매료됐거든요. 드디어 제가 원하던 시간이 왔죠. 공방을 쓸 수 있었고, 새로 습득한 디자인 기술도 있었고, 시간도 많았어요.
그렇게 4주 동안 집중해서 핑거보드 풀의 콘셉트를 설계하고 개발했고, Alvar의 첫 번째 생산용 프로토타입을 완성하면서 본격적으로 핑거보드 기물 디자인 여정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지금 돌아보면, 디자인과 핑거보딩에 대한 제 열정을 자연스럽게 결합한 길이었던 것 같아요. 요즘 Pastelle은 저의 창작 공간이자, 새로운 제작 기술이나 소재를 실험해보고 커뮤니티로부터 피드백을 받아가며 제 디자인 프로세스를 계속 발전시켜 나가는 도구가 되고 있습니다.

(NY) Pastelle의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디자인 철학은 무엇인가요?
(IM) Pastelle의 목적, 방향성을 설정할 때, 저는 예전부터 자세히 연구해온 브랜드인 무인양품(MUJI)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어요. 대부분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는 화려한 그래픽으로 주목을 끌고, 기능보다는 유행에 따라 제품을 판매하죠. 반면에 MUJI 매장에 들어서면, 항상 편안하고 익숙한 경험을 할 수 있어요. 제품을 한 번 쓱 보기만 해도 그 기능이 무엇인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고, 굳이 자극적인 설명이나 그래픽이 없어도 되죠.
이렇게 불필요함을 덜어낸 디자인과 기능 중심의 간결한 사인 시스템 덕분에, 전 세계 어느 MUJI 매장을 가더라도 경험이 일관되게 유지됩니다.
또 한 가지 인상적인 점은, 이들의 제품 카탈로그나 브랜드 이미지가 수년에 걸쳐 거의 변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MUJI의 대표 제품 중 하나인 아로마 디퓨저는 2014년에 디자인된 건데, 지금 출시됐다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예요. MUJI는 성장보다는 필요성에서 출발한 최소한의 디자인 개입을 통해, 제품이 사람들의 환경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오랜 시간 사랑받을 수 있도록 하죠.
Pastelle 역시 이런 경험을 지향해요. 단순히 취미용 아이템이 아니라, 일상을 위한 오브젝트, 그리고 창의적인 핑거보딩 방식을 자극하는 도구로서 기능하길 바라요. 핑거보더와 그들이 함께 사는 사람들 모두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제품이 되길 원해요. 처음 봤을 땐 취미와 무관해 보일지 몰라도, 결국에는 소중하게 간직할 수 있는 무언가로 자리잡기를요.
간결하고 일관되며 정직한 브랜딩을 통해 제 의도를 최대한 명확히 전달하고 싶어요. 이 메시지가 핑거보딩 안팎의 다양한 소비자들에게도 잘 전해지길 바랍니다.

(NY) 새로운 제품을 디자인할 때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들은 무엇인가요?
(IM) 제품을 만들 때 고려해야 할 디자인 요소는 정말 많지만, 그중에서도 몇 가지 핵심적인 요소를 강조하고 싶어요.
디터 람스(Dieter Rams)가 그의 유명한 ‘좋은 디자인을 위한 10가지 원칙’에서 말했듯이, 제품은 보기에도 좋아야 하지만, 무엇보다도 본래의 기능을 뛰어나게 수행해야 합니다. 기능을 효과적으로 실현하려면 당면한 문제를 깊이 이해하는 것이 가장 먼저예요.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사용성이나 인체공학적 요소 같은 디자인 요소들이 도출되고, 그것들이 곧 제품의 형태를 결정짓는 토대가 되죠. 이후의 모든 디자인 결정은 거기서부터 시작돼요.
기능을 명확히 정의한 다음엔, 선택하는 재료가 그 목적과 시너지를 이뤄야 해요. 이 단계에서 저는 제품의 지속가능성이나 제조 방법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합니다. 시간이 지나도 살아남는 오브젝트들의 공통점은 대부분 고품질의 재료를 사용했다는 것이에요. 제 생각에 지속가능한 디자인을 추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항상 제품의 수명(Longevity)을 고려해요. ‘오랫동안 쓰일 수 있는 제품’을 설계하려면, 그 제품이 앞으로 어떤 식으로 진화할 수 있을지까지 미리 생각해봐야 해요. 예를 들어 스마트폰을 보면 앞뒤가 유리로 되어 있어서 처음엔 매력적이고 혁신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주머니에서 떨어져 산산조각 나버리면 그 멋짐은 바로 사라지죠. (애플, 보고있나?)
결국 어떤 제품의 필요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 위와 같은 요소들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어떤 디자인 개입도 기존 제품보다 의미 있는 개선을 제공하긴 어렵다고 생각해요.

(NY) 디자인할 때 절대 포함하지 않거나, 반대로 항상 포함하는 요소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IM) 산업 디자이너로서 제 디자인 프로세스는, 제품을 기능적으로 만들고 즉각적으로 인식 가능하게 만드는 디테일을 살리는 것과, 핵심 목적에서 벗어나는 장식적인 요소를 제거하는 것 사이에서 끊임없이 균형을 맞추는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일본 디자이너 후카사와 나오토(Naoto Fukasawa)의 말을 굉장히 좋아하는데요, 그는 이렇게 말했어요: “감상의 목적만을 위한 장식성은 유용한 아름다움과는 동떨어져 있다.” 이 말은 제 디자인 철학과도 정확히 맞닿아 있어요.
다만 중요한 건—기능을 추구하기 위해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하는 결정이 종종 ‘미니멀리즘’과 혼동된다는 점이에요. 미니멀리즘은 미적인 이상을 추구하면서 의도적으로 디테일을 제거하는 스타일인데, 이로 인해 오히려 제품의 기능성이 희생되는 경우가 많아요. 예를 들어 다시 애플을 보자면, ‘단순화’를 이유로 대부분의 USB 포트를 없애버렸죠. 하지만 그 결정은 소비자들이 필요로 하던 기능들을 제거한 셈이었고, 결과적으로 외장 동글이라는 임시방편으로 해결해야 했어요. 그 결정은 큰 반발을 불러왔고, 결국 애플도 최신 모델 중 일부에서 포트를 다시 넣게 됐죠.
제 경우에는, 제품의 핵심 기능에 기여하지 않는 디테일을 배제하는 것이 오히려 ‘디자인되지 않은 것 같은’ 단순한 형태로 이어져요. 하지만 저는 오히려 그게 좋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만들어진 오브젝트야말로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고, 오래도록 사람 곁에 남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NY) Pastelle의 제품 라인과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보면 고급 가구 브랜드들이 떠오르더라고요. 그런 느낌은 처음부터 의도하신 건가요?
(IM) 사실 2019년에 Pastelle을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브랜딩이었어요. 당시에는 드로잉 타블렛이 있었고, 크리에이티브 에너지도 넘쳐났죠. 로고는 Futura ND 서체를 손으로 그린 버전을 바탕으로 만들었고, 모든 패키지에 직접 손으로 그림을 그려 넣곤 했어요.
졸업하고 산업 디자인 업계에서 일하면서 제 접근 방식도 성숙해졌고, 브랜딩도 그에 맞춰 변화하길 바랐어요. 존 그린(John Green)의 작업을 도우면서 그의 제품 사진을 많이 찍었고, 디자인 중심의 가구 브랜드들이 어떻게 자신들을 표현하는지 꾸준히 관찰했죠. 이들 브랜드의 가치가 Pastelle과 잘 맞는다고 느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들의 표현 방식에서 영감을 받게 되었어요. 그 결과 지금의 단순하고, 깔끔하며, 기능 중심적인 브랜딩이 자리잡게 된 거예요.
다만, 이런 가구 브랜드들과 Pastelle 사이의 뚜렷한 차이는 콘텐츠의 정제도예요. 제 브랜딩 목표는 최대한 전문적으로 보이게 하는 거지만, 현실은 자원이 제한되어 있어서 그런 기준에 도달하기가 쉽지 않아요. 그래서 저는 어느 정도의 작은 불완전함이나 완벽하지 않은 퀄리티를 받아들이는 법을 배웠어요. 그게 어느 정도는 건강한 워라밸을 위한 희생이기도 하고요.
그런 살짝 거친 부분들이 오히려 Pastelle의 진정성을 더해준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직접 수작업으로 만든 제품들도 결국은 저의 작은 작업 공간과 제한된 자원 안에서 탄생한 것이니까요.

(NY) 새로운 디자인에 대한 영감은 어디에서 얻으시나요?
(IM) 제 영감의 원천은 정말 다양해요. 예를 들어 Alvar를 디자인할 때는, 풀(pool) 디자인을 몇 년 전부터 머릿속에 그리고 있었어요. 독일에서 열린 ASI 베를린 샵과 Fast Fingers 대회에 처음 갔을 때 여러 종류의 파크와 풀을 경험했는데, 그때의 기억들이 오랫동안 제 머릿속에 남아 있었죠. 실제로 풀을 디자인하고 제작할 타이밍이 왔을 때, 저는 그 경험들을 되살려 디자인에 반영했어요.
거기에 더해 저는 핀란드 건축가 알바 알토(Alvar Aalto)의 작품들을 오랫동안 좋아해왔는데, 그의 곡선형 디자인은 1970년대 캘리포니아 풀 스케이팅의 시초가 된 신장(kidney) 형태의 수영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죠. Alvar라는 이름도 바로 거기서 따왔어요.
반면, 최근 출시한 제품인 Trivet의 경우는 일상에서 관찰한 습관들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저는 피거보드 장애물을 수년간 모아왔지만, 그것들이 단지 핑거보딩을 할 때만 쓰이고, 평소엔 상자 속에 잊혀져 있는 현실이 조금 답답하게 느껴졌어요. 그 순간, 피거보드뿐 아니라 일상 속에서도 자연스럽게 활용될 수 있는 기능성 오브젝트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걸 깨달았죠.
어느 날 주방에서 놀다가, 저희가 식탁에 뜨거운 팬이나 오븐 트레이를 올려놓기 위해 쓰던 코르크 받침대가 아주 훌륭한 매뉴얼 패드(manual pad)가 될 수 있다는 걸 알아챘어요. 그 순간 머릿속에서 이걸 다양한 핑거보드 기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이 시작됐죠.
마침 집주인이 가스레인지를 교체해야 해서 철거했는데, 그 위에 있던 쇠로 된 고정 구조물(prong)이 임시로 레일로 쓰이던 경험도 떠올랐어요. 그때부터는 이 Trivet을 단순한 매뉴얼 패드가 아니라, 그라인드 기물로 상상하게 되었죠.
결국 제 디자인에 가장 큰 영감을 주는 건 열린 시선이에요. 우리가 일상 속 오브젝트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그리고 그 주변 세계를 어떻게 경험하고 있는지를 관찰하는 게 제 디자인의 핵심적인 출발점입니다.

(NY) 새로운 기물을 디자인할 때 평균적으로 얼마나 걸리나요? 또, 전체적인 디자인 프로세스, 아이디어 구상부터 색상 선택까지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IM)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 때는 늘 예상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려요. 아이디어에 흥분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실제로 손에 들 수 있는 최종 오브젝트를 만들기까지는, 보통 몇 달 동안 하나의 생각을 곱씹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사실상 디자인은 종이에 뭔가를 그리기 전부터 이미 시작되고 있어요. 아이디어는 종종 휴대폰 메모 앱이나 스케치북 어딘가에 적어둔 생각으로부터 시작되고, 몇 주 동안 머릿속을 계속 맴돌죠.
Pastelle이 제 전업 일이 아니기 때문에, 프로젝트마다 일부러 앉아서 아이디어 회의를 하는 경우는 드물어요. 대부분의 아이디어는 일상 속 여백에서 떠오릅니다. 점심시간, 출퇴근길 기차 안, 샤워 중, 아니면 잠자기 직전 침대에 누워 있는 순간까지요. 이렇게 일상적인 관찰들이 디자인 프로세스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되고, 이 기간은 정해진 시간 없이 유동적으로 흘러가요.
충분히 아이디어를 생각해봤다 싶으면, 종이에 직접 스케치를 시작해요. 이 단계는 제일 좋아하는 부분이에요. 생각들이 종이 위에서 자유롭게 흘러나오고 눈앞에서 실체화되는 과정이 정말 좋아요. 이때의 디자인은 아직 유동적이고 계속 진화 중이에요. 사용하는 도구는 늘 정해져 있어요—0.3mm 유니볼 펜, 회색 마커 하나(그림자용), 그리고 Pith 점선 스케치북.
몇 가지 스케치에 만족하게 되면, 그다음은 실제 프로토타입 모델링 단계로 넘어가요. 이 과정은 스케일 감각을 잡고, 인체공학적 요소나 기능을 테스트할 수 있는 중요한 단계예요. 종이 상자를 잘라 핑거보드 기물을 만들면서, 예전 유튜브에서 Mike Schneider가 우편 박스로 램프를 만들던 장면이 늘 떠올라요. 제가 그 프로토타입에서 핑거보딩에 몰입하고 있다면—그건 디자인이 옳다는 신호예요.
마지막으로 CAD로 옮겨가고, 제조를 위한 디테일을 다듬은 뒤 최초의 제작용 프로토타입을 만듭니다. 이후에는 여러 번의 테스트와 피드백을 거쳐, 반복적으로 수정을 진행하면서 최종 결과에 다다르게 되죠.

(NY) 디자이너로서 보시기에, 어떤 디자인 스타일은 특정 브랜드에는 잘 어울리지만 다른 브랜드에는 맞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IM)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다고 생각해요. 저는 브랜드의 스타일은 그들의 가치관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제가 집 안 환경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오브젝트를 디자인하려 한다면, 일부러 아르데코(Art Deco) 스타일처럼 화려하고 색감이 강한 디자인은 피할 수도 있어요.
즉, 디자인 스타일은 단순한 미적 선택이 아니라, 브랜드가 전하려는 메시지나 존재 방식과 아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NY) 디자이너는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제품 디자인에 어떻게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IM) 브랜드를 위한 디자인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건, 그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존중하고, 디자인을 통해 핵심 가치를 드러내며, 동시에 그 브랜드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이해하는 일은 보통 리서치 단계에서 가장 먼저 이뤄져야 할 일 중 하나예요. 디자이너는 브랜드의 가치를 파악하기 위해, 그 브랜드가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그들의 과거 제품 아카이브를 깊이 들여다보며 헤리티지에 경의를 표하는 방식을 사용할 수 있어요.
그리고 이 모든 요소들을 디자이너 자신의 시장에 대한 이해와, 시대에 따라 변하는 인간의 필요에 대한 인식을 통해 걸러내야 해요. 그럴 때 비로소 제품은 브랜드의 정체성을 담으면서도 현재와 미래에 유효한 디자인이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NY) 인디 님이 생각하는 ‘오래 지속되는 디자인’이란 무엇인가요?
(IM) 이 주제에 대해서는 정말 에세이 한 편을 쓸 수 있을 만큼 할 말이 많지만, 간단한 비유를 통해 설명해볼게요.
우리 모두 살아가면서 한 번쯤은 ‘오랫동안 잘 만들어졌지만 당연하게 여겨지는 오브젝트’를 접한 적이 있을 거예요. 저는 그 예시로 나무로 만든 문 막이(door wedge)를 떠올려요. 이건 보통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아무런 저항 없이 자신의 역할을 완벽하게 반복 수행하는 오브젝트죠.
그런 오브젝트를 디자인할 때의 핵심은 아주 단순해요—필요 최소한의 디자인으로, 완벽한 기능성을 갖춘 제품을 만드는 것.
그 결과는 이렇죠:
너무나 사용하기 쉬워서 사용하는 줄도 모르게 되는 오브젝트
너무 익숙해서 대체품으로는 절대 채워지지 않는 존재감
너무 잘 만들어져서 세대를 이어 자랑스럽게 물려줄 수 있는 오브젝트
저에게 있어 이런 오브젝트가 바로 오래 지속되는 디자인입니다.

(NY) 오늘날처럼 ‘트렌드’가 산업 전반을 지배하는 시대에, 디자이너는 어떻게 자기만의 고유한 디자인 스타일을 만들어가야 할까요?
(IM) 저는 디자이너는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소비주의적 트렌드에 맞추거나, 자기 과시를 위한 제품을 만드는 유혹은 피해야 하죠.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사실이 하나 있다면, 바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누구나 다르다는 것이에요. 디자이너는 이 고유한 관점을 소중히 여기고, 그 안에서 자기만의 해석과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거기서 진짜 자신만의 디자인 스타일이 나오는 거죠.
물론 저는 삶의 질이나 지구 환경을 향상시키는 트렌드—예를 들어 지속 가능한 소재와 제작 방식, 접근성을 높이는 디자인 같은 흐름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그런 트렌드는 따라야 할 가치가 있다고 믿어요.

(NY) 핑거보딩 외에 관심 있는 분야가 있다면 알려주세요—디자인 관련이든 아니든요!
(IM) 저는 사진을 14년 넘게 계속 찍어오고 있어요. 그리고 여행하면서 다양한 문화를 관찰하는 것, 박물관과 전시를 방문하는 것, 건축을 바라보는 일을 정말 좋아해요. 아, 그리고 저는 힙합 팬이기도 합니다!
인디 미란다 (Indy Miranda)
인스타그램: @_pastelle.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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