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거보딩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종교 – 슬러시컬트
- Noah Yang
- 2024년 6월 25일
- 6분 분량
드디어 여름이 시작되었습니다. 햇빛이 강하고, 덥고, 습하지만 (약간의 예외를 제외하면) 밖은 아름답네요.
지금 우리(적어도 저)에게 필요한 건, 차갑고 상쾌하며 뇌까지 얼어버릴 듯한 슬러시 한 잔입니다. 그래서 저는 ‘슬러시 천국’에 기도를 올렸고… 슬러시 신께서 응답하셨습니다. 아쉽게도 슬러시 기프티콘은 받지 못했지만, 훨씬 더 좋은 것을 얻었어요: 그의 작업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신이 특히 흥미로운 이유는 바로 핑거보드 샵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그 샵을, 자신과 추종자들이 ‘미니 마트’라 부릅니다. 슬러시 신의 인간계 이름은 클레이튼(Clayton)이고, 우리는 그와 함께 @slushcult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슬러시 한 잔의 상쾌함은 잠깐뿐이지만, 한 사람(이번 경우엔 신)의 이야기는 영원히 남으니까요.
이제 슬러시컬트(Slushcult)의 교주, 클레이튼(슬러시 신)의 상쾌한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NY) 독자분들께 본인과 슬러시컬트(Slushcult)를 소개해주세요.
(SG) 요우! 내 이름은 클레이튼이야. 슬러시컬트의 창립자이자 운영자고, 많은 사람들이 날 "슬러시 신(Slush God)"이라고 불러. 내 인생 대부분을 스케이트보드 산업 안팎에서 일해왔는데, 어쩌다 보니 지금은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핑거보드 스케이트 샵을 운영하게 됐지.
(NY) 슬러시컬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그리고 왜 ‘핑거보드’를 미니마트의 주제로 삼았는지도 궁금해요.
(SG) 음, 사실 그건 아주 긴 이야기인데 짧고 간단하게 말해볼게. 내가 슬러시컬트를 시작한 건 2013년쯤인데, 그 당시 대부분의 스트리트웨어 브랜드나 스케이트보드 관련 의류 브랜드는 너무 밋밋하고 지루하고, 지나치게 진지했어. 세상은 ‘쿨함’에 연연하지 않고, 밝고 재밌는 색감과 90년대 스케이트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그래픽을 통해 젠더 규범조차 깨부술 수 있는 그런 존재를 필요로 했다고 생각해.
미니 마트는 2019년 말에 열었어. 그 이유는, 솔직히 온라인이나 SNS를 통해서만 커뮤니티와 소통하는 것에 질렸기 때문이야. 내게 있어서 매장은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공간이 아니라, 손님들과 어울리고, 이벤트를 통해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장소였어. 그리고 물론, 오프라인으로 ‘직접 만져보고 사는’ 방식도 중요하다고 느꼈지. 핑거보드가 처음부터 메인 주제는 아니었어. 오히려 옷, 카메라, 스케이트 데크, 그리고 내 어린 시절의 장난감들—요요, 슈퍼 소커, 텍덱 등—이 섞여 있었지. 매장에 앉아 시간 보내다가 자연스럽게 테크덱 몇 개를 열어 ‘샵 보드’로 만들고, 몇 년 만에 다시 핑거보딩을 시작했어. 그러고 나서 ‘알고리즘의 신’이 날 진짜 핑거보드 콘텐츠 쪽으로 이끌기 시작했고, 난 완전히 놀랐지. 어릴 때부터 테크덱은 쭉 가지고 있었지만, 프로 핑거보드 씬이 있다는 건 이번에 처음 알았거든.
그러다 첫 핑거보드 이벤트인 "Sorry for Fingerboarding"에 가게 됐고, 그곳에서 내 지인들과도 연결된 내쉬(Nash)를 만났어. 행사 중에 사람들에게 “야 이런 건 어디서 사?” 하고 물어봤는데, 대답은 늘 “온라인으로 사야지”였지. 그때 머릿속에서 불이 탁 켜졌어. 스케이트 씬이 있으려면 스케이트 샵이 있어야 하고, 문화는 온라인이나 SNS만으로는 절대 완성될 수 없어. 핑거보딩 씬도 물리적인 공간, 스케이트 샵이 필요했던 거야. 다행히 나는 이미 그 기반을 가지고 있었고, 몇몇 브랜드에게 제품 테스트를 요청하면서 조금씩 시작했지. 그 후로는 쭉 성장, 또 성장, 그리고 또 성장했어. 지난 몇 년 동안 우리는 브랜드 전체를 점점 핑거보딩 중심으로 전환시켰고, 마침내 인생에서 진짜 내 역할을 찾은 것 같았어. 이젠 전력을 다해 몰입하고 있고, 지금은 미국에서 핑거보딩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장소 중 하나가 되었어. 우리 씬이 이렇게 커진 걸 보면 아직도 믿기지 않아. 내가 이 씬을 ‘시작했다’고는 절대 말하지 않아. 우리는 단지 이 씬에 ‘영구적인 집’을 만들어주었고, 가능한 한 많이 지원하고 키우려고 노력하고 있을 뿐이야.

(NY) 오프라인 샵을 열면서 마주한 가장 큰 도전들은 무엇이었고, 그것들을 어떻게 극복했나요?
(SG) 오프라인 스케이트 샵을 열려고 하면 정말 수많은 장애물이 있어. 시청, 은행, 보험 회사, 건물주 등등과 처리해야 할 서류만 해도 산더미지. 그리고 아마 가장 큰 장애물은… 결국 ‘비용’일 거야. 우리 매장은 고작 180제곱피트(약 5평) 정도지만, 현재의 모습으로 리모델링하는 데만 거의 2만 달러(약 2천 7백만 원)가 들었어. 그 공간에 이전 세입자가 수십 년 동안 있었던 터라 내부를 완전히 뜯어내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거든. 다행히 대부분의 작업을 우리가 직접 해서 비용을 많이 아꼈어.
그 다음으로 큰 문제는 사람들이 실제로 매장에 오게 만드는 일이야. “그걸 만들면 사람들이 온다”는 말도 어느 정도는 맞지만, 절대 보장된 건 아니거든. 다행히도 브랜드 자체가 이미 팬층—아니, 컬트의 추종자들(?)을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에 큰 이점을 갖고 출발할 수 있었어.
내가 수년간 다양한 스케이트 샵과 브랜드에서 일하며 배운 최고의 방법은, 사람들이 직접 그 공간의 일부가 되고 싶어지는 샵 문화를 만드는 거야. 단순히 물건만 파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들이 놀러 오고, 쇼핑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 그런 공간이 되어야 사람들은 계속해서 다시 찾아오게 되지.

(NY) 샵의 위치로 캘리포니아 산타아나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며, 그 선택은 어떻게 이루어졌나요? 그리고 현지 핑거보드 커뮤니티의 반응은 어땠나요?
(SG) 우리가 처음으로 제대로 된 오피스, 즉 본사를 얻었을 때 산타아나로 이사했어. 그게 지금 샵을 열기 3년 전쯤이야. 산타아나를 선택한 이유는, 시내 중심가의 분위기가 정말 끝내줬기 때문이야. 거기에는 이미 Nothing Usual (NOT.US)이라는 스트리트웨어/스케이트 샵을 운영하던 친구들이 있었는데, 그들을 방문할 때마다 그 동네는 뭔가 전기가 흐르는 것처럼 느껴졌어. 내가 있고 싶은 곳, 마치 집처럼 느껴졌지. 그러다가 길 건너 사무실 임대 간판을 보고 바로 계약했어. 그 전까지는 내 아파트와 차고에서 일하고 있었거든. 뭔가 제대로 된 본사가 꼭 필요하다고 느꼈던 시점이었지.
산타아나 다운타운은 정말 멋진 곳이야. Them Skates, Bait, Rif OC, Not.Us, Stussy 같은 인근 샵들과 함께, 여긴 마치 작은 서브컬처 커뮤니티 같아. 수십 년째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오래된 샵들 사이에서 그런 감성이 살아 숨 쉬는 곳이지.
핑거보드 커뮤니티도 정말 긍정적으로 반응했어. 아까 말했듯이, 이 씬엔 ‘홈 베이스’가 필요했거든. 모이고, 교환하고, 물건을 팔고, 그리고 무엇보다 핑거보딩을 할 수 있는, 그런 영구적인 공간. 처음엔 시간이 좀 걸렸지만, 이제는 샵이 열리는 날이면 하루에 10명에서 30명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찾아와서 보딩도 하고, 새로운 친구도 사귀고 있어.

(NY) 슬러시컬트는 현지 핑거보드 커뮤니티(혹은 더 넓은 씬)에서 어떤 점에서 독특하다고 생각하시나요?
(SG) 밝은 색감, 재치 있는 그래픽, 고퀄리티 의류와 스케이트/핑거보드 제품들 외에도, 우리가 전하고자 하는 의미와 철학이 있어. 슬러시컬트는 누구든 자신답게 있을 수 있는 완전히 포용적인 공간이야. 우리는 이 샵을, 누구든—그 사람이 누구이든, 어떻게 생겼든—들어와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정말 노력하고 있어.
또한, 내가 스케이트 리테일 쪽에서 일한 경력이 우리를 다른 샵들과 구분 짓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해. 샵을 운영하는 일은 절대 쉽지 않아. 다행히도 난 수년간의 경험이 있었기에 그 덕에 많은 난관을 잘 넘길 수 있었지. 핑거보드 샵이라는 건 이 씬에선 아직까지도 새로운 개념이야. 그래서 기존에 가지고 있던 경험과 지식이, 미지의 영역을 탐험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어.

(NY) 오프라인 매장을 열기 전과 후를 비교했을 때, 핑거보드 커뮤니티나 시장에서 어떤 변화나 트렌드를 느끼셨나요?
(SG) 지난 몇 년 동안 내가 느낀 가장 큰 변화는, 새로 생겨나는 브랜드와 회사들의 숫자가 정말 엄청나게 늘어났다는 거야. 인터넷 덕분에 이제는 누구나 정보를 찾고, 데크나 다른 아이템들을 직접 만들어보려고 시도할 수 있는 세상이 됐어. 그래서 항상 새로운 것들이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지.
이건 이벤트 쪽에도 마찬가지야. 씬이 많이 성장한 덕분에, 지금은 다양한 이벤트들이 훨씬 자주 열리고 있어. 그런 흐름은 정말 멋지고, 보는 입장에서도 굉장히 반가운 일이지.

(NY) 미니 마트는 종종 매장이나 외부 장소에서 Fingerboard Con 같은 오프라인 이벤트를 열곤 하잖아요. 이런 이벤트들이 슬러시컬트의 비즈니스나 현지 핑거보딩 커뮤니티에 어떤 기여를 하고 있다고 느끼시나요?
(SG) 우리는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마다 Shop Session이라는 정기 이벤트를 열어. 20개 이상의 파크를 설치해서 보딩을 할 수 있고, 매번 다른 테마나 다른 브랜드들과의 협업 덕분에 정말 특별하고 재미있는 시간들이 돼. 이걸 2년 넘게 한 달도 빠짐없이 계속해왔는데, 솔직히 좀 힘들 때도 있지만 샵과 남부 캘리포니아 씬을 위해서라면 정말 가치 있는 일이야.
또 우리 팀 라이더인 FB.Christopher가 매년 주최하는 대형 이벤트 Shredder Mania의 공동 주최 및 개최 장소로도 참여하고 있어. 이 이벤트는 샵에서 열리는데, 매번 수백 명이 찾아오는 정말 큰 행사야. (다음 행사는 바로 다음 달에 열려!)
Fingerboard Con은 슬러시컬트(미국), 6Skates(캐나다), Blackriver(독일)의 3자 파트너십으로 열리는 대형 컨벤션이야. 핑거보딩에 100% 집중한 행사로, 500명 이상의 참가자, 20개 이상의 벤더, 그리고 수많은 핑거보드 파크들이 준비돼. 이 씬이 만나고, 교환하고, 사고팔고, 또 새로운 친구를 사귈 수 있는 또 하나의 장이 되는 셈이지. 우리 유튜브에 올라온 리캡 영상들을 보면 얼마나 대단한 이벤트인지 알 수 있을 거야. 지금까지 2번 열었고, 앞으로도 매년 계속 이어가게 될 거라고 생각해.

(NY) 미니 마트를 연 이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나 경험은 무엇이었나요?
(SG) 오프닝 날 밤은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이야. 사실 너무 긴장해서 아무도 오지 않을까 봐 걱정이 컸거든. 그래서 예정된 오픈 시간보다 내가 더 늦게 도착했어. 차를 세우고 코너를 돌아서 매장 쪽으로 걸어가는데, 100명 넘는 사람들이 줄 서 있는 거야. 오랫동안 우리를 지지해준 손님 (추종자)들, 가족, 친구들, 그리고 친한 브랜드 운영자들까지—전부 나를 위해 와준 거지. 정말 특별한 순간이었고, 그 감정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어. 그런 순간은 다시는 똑같이 재현할 수 없을 거야… 음, 아니, 미니 마트 2호점을 열게 된다면 또 한 번 느낄 수 있을지도? 하하.

(NY) 앞으로 핑거보딩 문화는 어떻게 진화할 거라고 보시나요? 그리고 미니 마트 같은 샵들이 그 변화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SG)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건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고 생각해. 이 씬은 아직 성장 가능성이 엄청나게 많고, ‘정점’까지는 한참 남았어. 미니 마트를 비롯해 FlatFace, ASI, ThisFB, 6Skates, Yuck, Tiny Skate Shop, Alien Outpost, Abducted, FingerDex 같은 핑거보드 샵들이 이 씬을 실질적으로 계속 앞으로 밀어주고 있어. (분명 몇 군데 빠뜨렸을 거야, 미안!)
스케이트보드 문화처럼 핑거보딩도 샵 기반의 문화가 반드시 필요해. 스케이트 샵 없이 스케이트 씬을 만드는 건 불가능하듯, 핑거보딩 씬도 그런 문화를 만들어줄 공간과 중심지가 꼭 필요하지.

(NY) 슬러시컬트의 장기적인 계획이 궁금합니다. 곧 공개될 프로젝트나 확장 계획이 있다면 공유해주실 수 있나요?
(SG) 정말 많은 대형 콜라보들이 예정돼 있고, 우리가 아직 한 번도 만들어보지 않았던 램프나 장애물 같은 새로운 핑거보드 제품들도 준비 중이야. 또 더 많은 Fingerboard Con도 계획 중이고, 가능성은 정말 무궁무진해!
그 중에서도 내가 가장 기대하는 건, 지금처럼 계속해서 캘리포니아와 미국 전체의 씬을 성장시키고 응원하는 거야!
슬러시 신 (클레이튼)
인스타그램: @slushcu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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