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맥이나일리의 디자인 철학 - @purpleyorange
- Noah Yang

- 2024년 3월 28일
- 5분 분량
좋은 아침입니다! (혹은 어떤 분들에겐 좋은 저녁일 수도 있겠네요!) 편집장 노아입니다. 오늘 새로운 주제의 첫 번째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디자이너의 철학 (Designer’s Ethos)’이 무엇인지 간단히 소개하고자 합니다. 제목에서 짐작하실 수 있듯이, 디자이너의 철학은 위아워아이의 새로운 카테고리로, 핑거보드 커뮤니티에 속한 디자이너들과의 대화를 통해 디자인과 관련된 주제들을 깊이 있게 다루는 시리즈입니다.
저 역시 핑거보드를 만드는 사람이자 디자인 애호가로서, 이 새로운 시리즈를 시작하게 되어 무척 설렙니다. ‘디자인’은 단지 제품의 외형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그 제품과 어떻게 소통하는지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또한 디자인은 우리가 새로운 제품을 처음 마주했을 때의 인상—전체적인 형태부터 색상 하나하나의 디테일까지—를 구성합니다. “왜 디자이너는 이 특정한 구성의 아트를 사용했을까?”, “왜 다른 색이 아닌 이 색을 선택했을까?” 같은 질문을 던지는 것은 디자인의 의미와 목적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스티브 잡스가 말했듯, “디자인은 단지 어떻게 보이고 느껴지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작동하는가이다.”
이 새로운 챕터를 시작하기 위해, 우리는 영국에서 활동하는 한 디자이너를 초대했습니다. 그의 이름은 톰 맥이나일리(Thom Mcinally)이며, 인스타그램에서는 @purpleyorange라는 이름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톰은 Blackriver, Berlinwood, Bollie Fingerboards, 그리고 Arbeia 데크의 그래픽을 디자인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제 톰 맥이나일리의 디자인 철학을 소개합니다.

(NY) 핑거보드 그래픽 디자인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TM) 제 디자인 커리어는 핑거보드 블로그와 브랜드를 위한 아이덴티티를 만드는 것에서 시작됐어요. 초반부터 그래픽 작업도 하긴 했지만, 저는 언제나 좀 더 전체적인 시각에 더 관심이 많았어요. 어떤 강한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만 그래픽을 만들곤 했죠.
(NY) 그래픽을 만들 기회는 보통 어디서 생기나요?
(TM) 가끔은 제가 먼저 시작해요 — 어떤 그래픽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그걸 가지고 브랜드에 제안하죠. 반대로 어떤 때는 브랜드 쪽에서 먼저 제안을 주기도 하는데, 그럴 땐 시간을 들여 아이디어를 다듬고 그래픽을 만들어갑니다.
(NY) 핑거보드를 위한 그래픽 디자인은 다른 매체들과 어떤 점이 다른가요?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하나요?
(TM) 제일 먼저 생각해야 할 건 크기예요. 핑거보드는 굉장히 작은 물건이라, 스케이트보드처럼 복잡한 디테일을 많이 넣기엔 한계가 있어요. 물론 핑거보드에도 그런 디테일을 넣을 수는 있지만, 정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죠. 저는 항상 단순하게 생각하면서, 그래픽의 주제나 이미지를 최대한 강하게 전달하려고 합니다.

(NY) 그래픽 디자인에서 절대 사용하지 않는 요소가 있나요?
(TM) 아니요, 모든 요소는 가능성이 있어요. 그래픽에 강한 아이디어가 있다면,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너무 뻔하거나 진부한(clichéd) 요소는 일반적으로 피하려고 해요.
(NY) 그래픽에 대한 영감은 주로 어디에서 얻나요?
(TM) 가끔은 프로젝트 자체에서 아이디어가 나와요. 예를 들어, Blackriver를 위해 일러스트레이터 Heather Hattrick과 함께 작업한 BamBOO 시리즈가 그랬어요. 그 프로젝트의 간단한 의뢰 내용은 ‘대나무로 만든 데크를 위한 그래픽을 디자인해달라’는 것이었고, 결국 유령 시리즈로 완성됐죠. 아이디어가 어디서 왔는지 감이 오시겠죠? 또 어떤 경우엔 그 브랜드에 깊이 몰입해서 아이디어를 찾아야 할 때도 있어요. 또는 제가 주도적으로 시작한 작업이라면, 먼저 제가 요즘 관심 있는 것들을 둘러봐요—음악, 예술, 건축 등 주변의 모든 것들에서요. 왜냐하면 결국 사람은 자신을 둘러싼 환경만큼의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하거든요.

(NY) 가장 자랑스러운 그래픽 작업은 어떤 건가요?
(TM) 저는 @Arbeiadecks를 위해 만든 초기 그래픽들이 가장 자랑스러워요. Arbeia는 시작할 때 다른 브랜드들이 사용하는 열전사 그래픽이나 실크스크린 인쇄 같은 공정에 접근할 수 없었어요. 대신 비닐 커터기를 사용해서 스텐실을 만들고, 그걸 데크에 직접 칠하는 방식이었죠. 제약이 굉장히 많았기 때문에 디자인을 아주 단순하게 해야 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랜드가 추구하는 방향성과 잘 맞는 그래픽을 만들어야 했죠. 그런 제한된 조건 속에서도 의미 있는 결과물을 만들 수 있었고, 그들의 출발에 도움을 줄 수 있어서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NY) 새로운 그래픽 하나를 개발하는 데 평균적으로 얼마나 걸리나요? 그리고 그 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TM) 솔직히 말해서, 빠르면 몇 시간 안에 끝날 수도 있고, 몇 달이 걸릴 수도 있어요. 어떤 프로젝트는 1년 넘게 출시되지 않기도 하고요. 제가 12년 전에 만든 그래픽도 아직 출시를 기다리고 있는 게 있어요 [웃음]. 어떤 건 정말 빨리 진행되지만, 어떤 건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해요.
누군가가 저에게 의뢰를 하면, 먼저 시간 여유를 가지고 여러 가지 해결책을 구상해봐요. 그다음엔 아주 러프한 스케치를 보여줘요. 머릿속에 어떤 그림이 있는지를 느슨하게 전달해서, 그 브랜드에 맞는지, 클라이언트가 편하게 느끼는지를 확인하는 단계죠. 하나의 방향이 선택되면 그걸 본격적으로 발전시켜요. 때때로 일러스트레이터나 사진작가, 이미지 메이커들과 협업을 제안하기도 해요—아이디어를 더 풍부하게 만들기 위해서죠. 이후엔 다시 발전시키는 과정이에요.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최종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왔다 갔다 하면서 조율합니다.
(NY) 지금까지 가장 빠르게 작업한 그래픽은 어느 정도였나요?
(TM) 한 시간 정도였던 것 같아요. 어떤 회사들은 정말 명확하고 구체적인 요청을 주거든요. 그럴 땐 금방 나와요.
(NY) 핑거보드 씬에서 상징적인 그래픽이라고 생각되는 건 어떤 게 있나요?
(TM)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BlackRiver의 해골 그래픽이에요. 수년간 이어져 온 그래픽이고, 매번 새로운 버전이 나와도 같은 시리즈의 일부로 남아 있죠. 그건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거고, 바뀌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이제 막 씬에 들어온 사람에게도, 20년 가까이 있어 온 사람에게도 의미가 있는 그래픽이죠. 물론 이건 굉장히 큰 브랜드의 사례고요. 작은 브랜드 중에는 Flint의 로고 시리즈도 상징적이에요. 그들은 스타일을 계속 새롭게 시도하고 있어서 제 입장에선 정말 흥미로워요. 또 다른 예시로는 Woob가 있어요—스타일링보다는 그들이 선택한 표현 방식 때문이에요. Woob는 항상 핸드페인팅 데크를 만들었고, 그 방식이 너무 훌륭해서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느껴져요. 제가 아는 한, 그런 방식을 처음 시도한 브랜드 중 하나였어요.

(NY) 디자이너님의 작업물은 트렌드에 얼마나 영향을 받고, 또 얼마나 디자이너님만의 스타일에 기반하나요? 그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맞추나요?
(TM) 저는 트렌드를 직접적으로 의식하진 않지만, 어느 정도 영향을 받는 건 분명할 거예요. 하지만 누군가의 그래픽을 보고 ‘나도 저걸 해야겠다’라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트렌드는 디자인의 출발점이 될 수는 있겠지만, 끝점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디자인은 항상 더 발전하고 밀고 나가야 하니까요.
전반적으로 저는 그래픽에 제 개인적인 스타일을 너무 강하게 담는 걸 좋아하진 않아요—아마도 브랜드 아이덴티티 작업을 많이 해서 그런 것 같아요. 저는 최대한 유연하게 작업하려고 해요. BlackRiver처럼 글로벌한 브랜드부터 Arbeia처럼 지역 기반의 브랜드까지 폭넓게 작업할 수 있도록 말이죠.
그렇긴 해도, 제 작업에서 반복적으로 드러나는 저만의 특징 같은 건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손으로 직접 무언가를 만드는 걸 정말 좋아하거든요. 예를 들어, Blackriver를 위해 만든 ‘Save the Scene’ 그래픽은 종이를 찢어서 만든 다음 그걸 사진으로 찍고, Adobe Illustrator에서 벡터화한 거예요. 아마 많은 분들이 그 그래픽이 그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다는 걸 모르실 거예요. 하지만 그 아이디어를 제대로 표현하려면 꼭 그렇게, 손으로 작업해야만 했어요. 비핑거보드 프로젝트에서도 비슷한 방식을 써본 적이 있고, 시간이 지날수록 저만의 스타일이 조금씩 형성되고 있는 것 같아요—디자이너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서 그 사이의 경계를 걸어가고 있는 느낌이죠.

(NY) 앞으로 그래픽 디자인을 할 때 AI가 어떤 역할을 하게 될 것 같나요? 디자이너들에게 기회를 만들어준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니면 빼앗는다고 보시나요?
(TM) 우선 AI는 ‘도구’로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무언가를 디자인할 때 최종 결과물로 사용되어선 안 된다고 봅니다. 이건 기업들도 꼭 그렇게 인식해야 해요. 제 작업에서도 AI를 빠르게 비주얼화할 때 사용해요—제가 어떤 결과를 만들고 싶은지 설명할 때 도움이 되거든요. 핑거보드 그래픽도 마찬가지예요. 저한테 AI는 스케치북처럼, 아이디어를 표현하는 보조 수단이에요.
AI가 디자이너들에게 기회를 주는지, 혹은 빼앗는지는 결국 회사의 결정에 달려 있어요. 만약 어떤 회사가 AI를 단순히 비용 절감 수단으로만 본다면, 그건 안 좋은 방향이고, 그런 회사의 그래픽 퀄리티도 그에 따라 나빠질 거예요. 사실 스케이트보드 업계에서도 이미 그런 흐름이 보이고 있죠. AI는 그냥 무언가를 “뱉어내는” 도구일 뿐이지, 디자이너처럼 깊이 있게 “소화”해서 결과를 만들어내지는 못해요.
톰 맥이나일리 (Thom Mcinally)
인스타그램: @purpleyorange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