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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작업 그래픽과 열전사 프린팅: 감성이냐 기술이냐.

최종 수정일: 8월 11일

오늘날 핑거보드 데크에 그래픽을 입히는 방식은 정말 다양해졌습니다. 핸드페인팅, 실크스크린 프린팅, 열전사(heat transfer) 등, 제작자의 상상력에 현실적인 가능성을 더해주는 여러 방법들이 존재하죠.


그중에서도 열전사 그래픽은 핑거보드 시장과 데크 제작자들에게 혁신적인 전환점과 큰 이점을 안겨준 기술이었습니다. 그래픽을 입히는 방식이 다양해졌다는 건, 곧 더 많은 예술 작품이 상상에서 현실로 구현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죠.


하지만 마치 마술사가 트릭의 비밀을 공개하지 않을 때 비로소 마술이 ‘마법’처럼 느껴지듯, 열전사 기법 혹은 이 ‘미스테리 공식’이 널리 퍼지게 되면서, 해당 방식을 적용한 데크들의 생산량과 공급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되었습니다.


이 현상은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핑거보드 제조가 스케이트보드 제조 시스템을 모방하는 수준을 넘어서, 그 자체가 하나의 산업화 체계로 진입하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했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산업화’(industrialization) 라는 단어가 딱 들어맞습니다.


물론 이러한 산업화 덕분에, 상대적으로 생산량이 많은 데크 브랜드들 사이에서 경쟁 혹은 차별화에 대한 동기가 높아졌고, 이는 곧 소비자들에게 더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또한, 열전사 그래픽을 적용한 데크는 실제로 트릭을 연습할 때, 장애물에 닿은 부분이 마모되면서 남는 리얼한 스크래치와 사용감(wear marks)을 만들어냅니다. 이 마모 자국은 실제 스케이트보드 그래픽과 동일한 재질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더욱 현실적인 손맛과 성취감을 제공합니다. 트릭을 익힐 때마다 남는 자국은 말 그대로 노력의 흔적이 되는 거죠.


열전사 그래픽은 말하자면 노트북 타이핑과 비슷합니다. 현대적이고, 빠르며, 정밀하죠. 어떤 아트워크는 열전사를 사용하지 않으면 디테일을 제대로 살릴 수 없을 만큼, 고해상도 정밀 작업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Beast Pants의 split ply 위에 Chris의 아트워크가 열전사 방식으로 입혀진 데크를 본 적 있다면 무슨 말인지 단번에 이해하실 겁니다. 그것들은 단순한 핑거보드가 아니라, 시장에 존재하는 가장 아름다운 예술 작품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열전사 그래픽’이 정확히 무엇일까요? 열전사 그래픽은 비닐에 인쇄된 그래픽의 잉크를, 열을 가하는 전용 롤링 머신을 통해 데크 위에 전사시키는 방식입니다. (이는 일반적인 코팅기계 또는 라미네이팅 기계의 원리와 유사합니다.)


반면, 핸드페인팅 그래픽은 종이에 손글씨를 쓰는 것과도 같습니다. 고전적이고 따뜻한 감성이 있지만, 그만큼 시간과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 작업이죠.


핸드페인팅 그래픽은 제작 과정에서 많은 시간을 요구합니다. 한 겹의 페인트가 완전히 마르기 전에는 다음 층을 덧입힐 수 없기 때문에, 페인트가 경화되는 시간을 기다리는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이 때문에 아트워크의 스타일과 복잡도에 따라 몇 시간, 경우에 따라서는 며칠이 걸리기도 합니다.

‘서울’ (Seoul) by Noah Yang - 핸드 페인팅 그래픽
‘서울’ (Seoul) by Noah Yang - 핸드 페인팅 그래픽

하지만 이러한 시간의 누적은 단순한 ‘공정의 번거로움’이 아닌, 작가의 손길과 감정이 켜켜이 쌓인 흔적이 되며, 핸드페인팅 그래픽만이 가진 독특한 깊이와 질감을 만들어냅니다. 기계적 정밀함과는 또 다른, 유일무이한 개성과 따뜻함이 이 방식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칼럼의 목적은 어느 방식이 더 낫다고 주장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두 방식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동일하게 가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려는 것입니다.


이 개념은 마치 제임스 카메론의 『아바타』크리스토퍼 놀란의 『오펜하이머』를 비교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아바타』는 최신 컴퓨터 그래픽 기술의 정점을 보여준 작품이고, 『오펜하이머』는 놀란 감독이 끝까지 필름 촬영을 고수하며 만든 작품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어느 영화가 더 뛰어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아바타』는 필름으로는 기술적으로 구현이 불가능한 세계를 다루고 있고, 반대로 『오펜하이머』는 놀란 감독 특유의 아날로그적 철학과 물리적 리얼리티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디지털로 쉽게 대체될 수 없는 질감과 몰입감을 만들어냅니다.


두 감독은 완전히 다른 방법론을 택했지만, 결과적으로 모두 걸작을 만들어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단순한 결과물이 아니라, 철학, 방법론, 콘텐츠, 그리고 제작 과정의 필연적인 요구들이 어떻게 어우러졌는가입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필름을 사용했다고 해서 『오펜하이머』가 더 어렵게 만들어졌다고 할 수도 없고,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블루스크린을 썼다고 해서 『아바타』가 더 쉽게 만들어졌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이와 똑같이, 핑거보드의 핸드페인팅 그래픽과 열전사 그래픽도 각각의 철학과 방식이 존재하며, 그 자체로 완전하고 의미 있는 방식입니다. 결국 중요한 건, 어떤 방법을 선택했느냐가 아니라 그 방법이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어떤 감동을 주는가입니다.


모든 데크 제작자들이 들이는 시간과 노력, 그리고 그 과정에서의 수많은 시행착오는 정말로 숫자로는 환산할 수 없는 가치이며, 웹사이트에 적힌 판매가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담고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보는 40~50달러 정도의 데크 가격은 단순히 재료비와 인건비만을 반영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안에는 상상력, 창의성, 그리고 때때로 좌절감마저도 포함되어 있죠. 그 모든 감정과 에너지가 담겨 있는 결과물이 바로, 손에 쥐고 있는 그 작은 데크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제 각 방식의 차이를 인정하고 더 깊이 있게 존중하는 태도를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어느 방식이 낫고, 어느 방식이 부족하다고 평가하기보다는 그 다양성 자체가 커뮤니티를 풍요롭게 만든다는 사실에 더 많은 가치를 두어야 할 때입니다.


결국, 그래픽을 입히는 모든 방법들 사이에는 단 하나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데크 제작자의 창의력을 해방시키고사용자에게 기쁨을 선사한다는 것.

이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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